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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원장 "물가는 치약같아..인플레 철저 대비를"
"한번 오르면 다시 내리기 어려워..연쇄 인플레 방지해야"
"스태그플레이션 오지 않을 것..환율은 가격 변수"
"감세는 세계적 추세..추진이 바람직"
2011-07-25 06:00:00 2011-09-20 11:07:33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물가는 치약과 같습니다. 한번 오르면 내리기 힘들지요."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물가를 치약에 비유했다.
 
한번 짜면 다시 집어넣기 힘든 치약과 같이 물가도 오르면 내리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현 원장은 치약과 같은 물가가 연쇄적으로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번지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그는 또 "감세정책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대담 = 박동석 보도국장
 
- 지난 3월 KDI가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 지난 3월 KDI가 1971년 설립된 이래로 40해를 맞았다. KDI이제 장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KDI가 한국경제와 정책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인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은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이에 3가지의 중점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역할은 KDI가 정책연구기관인 만큼 선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이에 대응하는 정책연구를 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하고 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글로벌한 요소를 고려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G20정상회의를 한 만큼 한국만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변화흐름을 잘 읽고 잘 적응하는 경제정책을 마련하겠다.
 
마지막으로 모든 경제정책이 그렇지만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KDI에 국민경제정보센터가 있는데, 경제정책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또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해 경제정책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 요즘 대학원에 외국인 학생도 많을 것 같다.
 
▲ 300여명의 학생 중 반에 해당하는 150명이 있고, 80여개국가의 대학원생이 있다.
 
"물가는 치약..한번 오르면 내리기 힘들어"
 
- 요즘 글로벌 경기와 한국경기가 궁극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KDI 경제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게 물가문제다.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데 앞으로 물가는 어떻게 보나.
 
▲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지난 3년 동안 미증유의 큰 위기를 맞지 않았나. 흔히 말하는 글로벌 경제위기인데 지난 3년 동안 우리 경제가 중요한 정책의 주안점은 위기를 빨리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재정과 금융의 확장정책들이 주요하게 작용해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한 국가로 인식이 돼있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해 인플레가 나타난 것인데, 인플레가 금년도에 정책의 최우선 과제다.
 
일반서민들은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정부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최우선을 기울여야한다. 흔히 물가안정을 치약에 비유한다. 치약은 한번 짜면 다시 넣기 힘들다. 물가라는 것도 한번 오르면 다시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물가인플레가 확산되지 않도록 연쇄적으로 인플레를 가져오는 고리가 이어지지 않게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환율은 가격 변수..시장에서 결정된다"
 
- 일각에서는 환율효과를 언급하며 환율 정책 수정을 말한다.
 
▲ 환율은 과거에는 정책변수, 다시말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에 대해 어떤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폈다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또 시장에서 결정된 것을 전제로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환율을 정책변수가 아닌 가격변수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게 되고 수출도 과거처럼 가격에 의존하기 보다는 경쟁력이랄지 품질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효과도 과거와 달리 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가격변수의 조정보다는 그 제품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서 수출증대를 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 글로벌 외생변수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 스테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없다"
 
▲ 결론부터 말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미국의 경제가 생각보다 많이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일본의 대지진에 따른 세계경제의 충격과 중동지역의 석유가격의 급등 등이 이유다.
 
또 미국 내의 내수가 생각보다 더디고 특히 고용에서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당초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더디게 회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경제가 2009년도에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회복의 속도는 더디지만 회복세에 일단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오일쇼크 때처럼 급격한 공급요인에 의한 물가가 오르고 한편으로 경제가 뒤따르지 않아서 실업이 많이 생기는 현상은 이번의 경제현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등이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다. 등록금과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좋지만 재정안정성 우려도 있고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 대학 진학률이 85%에 이르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은 모든 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등록금을 어떻게 지원하느냐는 문제다. 우선 대학교육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는 것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교육이라는 것이 미국과 유럽이 차이가 있다.
유럽의 경우는 고등학교 교육 후에 대학으로 갈 사람은 정부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즉 대학교육이라는 것을 공적인 투자라고 보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지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같은 경우는 대학교육이라는 것이 사적이 투자라는 즉 자기가 판단해서 등록금과앞으로 대학졸업 후 수익이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판단을 하고 이를 고려한다. 사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장학제도가 잘 보완돼야한다.
 
또 대학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모든 대학에 대해 똑같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마치 사양사업에 무조건 지원하는 것과 똑같은 차원이다. 경쟁력을 갖춘 대학에 지원을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을 연결할 때도 대학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인가, 대학의 질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록금을 직접 현금으로 줄 것인가. 하나로 대출의 형태로 빌려주고, 낮은 이자로 지원할 것인가 등 같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의 안타까운 것은 무슨 현상을 단순하게 지원할 것인가 얼마큼 지원할 것인가 그럼 재정이 얼마나 들 것인가 이렇게 만 본다는 것이다.
 
"낮은 세율 하에 세입 확보 정책..감세가 대세"
 
- 세제전문가로서 세제문제를 깊게 봐오지 않았나. 최근 감세 부자감세 논란은 어떻게 보나.
 
▲ 세금은 보통 성장의 잠재력도 고려해야 하고 세금의 형평성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나라들이 낮은 세율 아래서 세입을 확보하는 정책을 하고있다. 기본적으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감세를 할 때 그 세율을 어떻게 형평하게 짜느냐 것이 큰 이슈가 된다.
 
예를 들면 법인세를 낮춘다고 하면 임시투자세를 없애준다든지 세입 보전을 갖춰나간다든지 전체적으로 세수라는 것이 하나의 인간경제의 제약이 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앞으로 세수를 늘려 복지수요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재원 내에 어떻게 잘 배분할 것인가. 복지의 전달체계의 문제는 없는 것인지. 복지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기존체제아래서 세출을 줄일 것은 없는지 이를 먼저 따져본 후에 세수문제를 따져보는 것이 맞다.
 
-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증이 높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 두 가지가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서 선진국 경제의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심각한 충격을 줘서 사람들의 경제행태를 바꿨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고, 그 정도로 큰 충격이 아니라 경기 순환적인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선진국에 관해서는 상당한 형태변화가 있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경제의 상당히 많은 소비자들이 주로 빚에 많이 의존해서 소비행태를 유지해왔지만 이제 좀 바뀐 것 아닌가.
 
앞으로 미래를 위해 저축을 늘려가는 소비행태로 바뀐 것 아닌가. 그래서 금리가 제로가 된다든지 양적완화를 하더라도 그 정책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돈을 풀어도 소비자들이 쓸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빚을 갚는데 쓰는, 그런 변화가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더디다고 보고 있다.
 
또 세계경제가 회복되다가 다시 꺽일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만, 대부분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의 행태변화도 있지만 지금까지 썼던 어떤 정책보다도 광범위하고 강력한 정책들을 썼다. 제로금리랄지 과거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책들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그런 효과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나친 자신감에서 나왔다. 지금의 문제는 또 지나치게 자신이 없어 서 차츰차츰 정책에 대한 안정성을 보여주면. 예를 들어 남유럽의 재정위기도 결국은 EU차원에서 해결한다던지 미국에서 재정적자를 확실히 줄이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미래에 확신을 하게 되고 이런 현상들이 다시한번 회복세를 유지하게 할 것이다. [정리 = 송종호 경제부 기자]
 
 
◇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 주요 약력
 
▲ 1950년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 국민경제자문회의기획조정실 실장(1999년) ▲ 세무대학 학장(2000년) ▲ 국제무역연구원 원장(2002) ▲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2002년) ▲ 관세청 FTA추진위원회 위원장(2007년) ▲ 공공기관경영평가단 단장(2008년) ▲ 한국개발연구원 원장(2009년3월~현재)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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