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지난주 열린 농협 전국 대의원회에서 신임 신용부문 대표로 선출된 김태영 대표가 사전에 예정돼 있던 ‘운영쇄신안’ 발표를 취소한 데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김태영 대표는 대의원회 직후 향후 농협의 비전과 발전 방향, 조직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조합원에게 발표할 예정이었다. 단수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임명동의는 사실상 확정돼있던 상황. 조직의 수장으로 거듭나는 자리였던 만큼 향후 농협의 비전 등에 대한 언급이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대의원회 직후 이 같은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농협 측은 “조합원들이 일찍 자리를 비운 데다 다른 일정이 있어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대의원회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간 농협 대의원회의 임원 임명동의 절차는 일반적인 형식의 무기명 투표가 아니었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박수’로 임명동의 여부를 결정해왔다. 이날 대의원회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한 조합원이 “임명동의를 투표로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것이 조합원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임명동의 절차는 무기명 투표로 전격 전환됐다.
투표 결과, 예상대로 김 대표 등 신임 임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통과됐다. 김태영 신용대표 이사 후보와 이정복 전무이사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유효표 233표 중 찬성 134표, 반대 99표로 통과됐다. 서인석 조합 감사위원장 후보 임명동의안 역시 유효표 235표 중 찬성 129표, 반대 106표로 통과됐다.
문제는 찬성률이 예상 밖으로 낮다는 데 있다. 김 대표와 이 전무에 대한 임명동의안 찬성률은 57.5%, 서 조합 감사위원장에 대한 찬성률은 54.8%로 나타났다. 임명동의 요건인 과반을 간신히 넘긴 것이다. 대의원회에 참여한 조합원 10명 4명 이상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농협 임원 임명동의 절차가 표결에까지 부쳐진 것은 거의 전례가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농협의 혁신과 변화라는 ‘대업’을 맡은 만큼 보다 높은 찬성률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박수’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표심이 무기명 투표를 통해 확인된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김 대표 등은 최원병 농협 회장이 적극 추천했던 인물이다. 최 회장은 최근 인적 쇄신을 예고하며 지난 달 전임자들로부터 사표를 받아 수리했다. 그 중 전용근 전 신용대표 이사는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정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 대표는 임원급이 아닌 1급 인사였다.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충분한 지지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농협 관계자는 “단수 후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찬성률은 좀 낮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김 대표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농업경제부문와 축산경제부문의 통합 문제가 대두되면서 조합원들의 표심이 투표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투표 결과를 확인한 김 대표의 불편함 심기가 일정 취소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싶었겠지만 표심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며 “농협 직원들에 대한 리더십은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니지만 조합원들의 지지 측면에서 고민을 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대의원회 때 취소된 발표 내용은 14일 취임식 발표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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