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에 선전포고..한은의 승산은
전문가들 "외환시장 개입 적절했다"
달러 역송금ㆍ정유업체 수요 등 악재 '잔뜩'
"시장 흐름 역행은 위험..투기세력에 당할 수 있어"
2008-07-07 19:54: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선전 포고를 던졌다. 물가 상승이라는 압박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한은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 명분 있는 선전포고
 
한은이 정부와 연합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정부가 꾸준히 개입을 해왔음에도 환율이 1050원대를 넘는 심각한 수준까지 올랐다이때 한국은행이 개입의지를 천명해 상승세를 누그러뜨린 것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간 5.5%를 상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원화 가치까지 떨어지면서 물가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내수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더 이상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정부와 함께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안정에 대한 정부의 환율 안정 정책은 강한 힘을 받게 됐다. 2500억달러 이상되는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은이 든든한 우군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투기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 억제를 통한 물가 안정 외에도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달러를 팔 경우 환율이 하락하는 것과 동시에 시중 유동성이 줄어든다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이중으로 나타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은의 싸움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달러 환율 수급, 정말 흑자인가
 
안병찬 한은 국제금융국 국장은 외환수급 기준 경상거래수지는 6월에 7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돼 수급상으로 원화가 달러에 약세를 나타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국장의 이러한 전망은 시작부터 허점이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안 국장이 전망한 외화수급 기준에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역송금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최근 20여일 동안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판 금액은 59000억원. 1달러를 1050원으로 가정했을 때도 56억달러가 넘는다. 이것만으로도 안 국장이 전망한 외화수급 기준 경상거래수지의 연간 흑자 34억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안 국장은 현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수급이 아니라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며 이러한 기대 심리를 제거하면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달러를 사다 모으는 집단이 투기 세력만으로 한정돼지 않는다. 정유 업체들도 달러를 사재기에 가담하고 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달러를 넉넉하게 보유해야 한다그러나 정유업체들로서는 달러 가치의 변동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 싶으면 사재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설령 투기세력의 환율 상승 기대 심리가 사라지더라도 정유 업체들의 달러 사재기까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외환보유액, 쓰기에는 부담
 
25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도 겉보기만큼 많지 않다.
 
3월에 집계된 단기외채가 1765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마음놓고 쓸 수 있는 양은 700억달러 정도로 줄어든다. 지난 6월 정부가 최대 100억달러를 쓴 것으로 계산하면 불과 반년하고 한달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또 한국은행은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용인된다국제적으로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외환보유액 감소는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이탁구 KB선물 과장은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신용평가에 악영향을 끼쳐 외화차입이 어렵게 되고, 해외 채권을 발행 할 때도 가산금리가 높아져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투기 세력 축제로 전락 위험
 
무엇보다 한은의 개입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아까운 외환 보유고를 써서 투기 세력들 배만 불려주는 경우다.
 
이미 지난 6월 원/달러 환율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을 때만 떨어졌다가 다시 급반등했다. 가격이 떨어진 달러를 투기세력들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아까운 외환보유고만 축내고 투기 세력들에게 환차익만 안겨준 꼴이 됐다.
 
유가 상승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 달러 역송금으로 환율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여건에서 환율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뚜렷이 드러난 것이 원인이었다.
 
이는 한은이 개입을 선언하고 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송재헌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과거와 비교해 외환시장과 역외시장이 엄청나게 커진 상황에서 시장흐름을 거스르면 투기 세력들에게 무조건 당한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며 환율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것보다,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수준에서 개입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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