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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증권社-스캘퍼 공생 논란..무엇이 쟁점?
"전용선 등 제공..VIP 혜택 중 하나"
"증권사 간 과당경쟁이 부른 일"
2011-04-27 15:52:27 2011-04-27 18:11:25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주식워런트증권(ELW) 매매와 관련해 불공정 혐의를 받은 '스캘퍼(Scalper,초단타 매매자)'와 증권사 직원의 구속기소를 두고 증권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핵심은 스캘퍼들이 다른 개인투자자보다 빠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느냐는 점. 시세가 초 단위로 빠르게 변하는 ELW시장에서 얼마큼 빠르게 매매를 성사하느냐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기소된 스캘퍼 손모씨(40) 등은 ELW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 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산망에 연결, 다른 투자자보다 빠른 속도로 ELW 거래를 체결해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 등이 거래한 ELW 매매한 금액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77조3362억원이고 약 1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 VIP혜택은 불법 아니다?
 
스캘퍼는 증권 매매로 시세 차익을 챙기는 사람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초단타로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를 말한다.
 
첫 번째 논란은 증권사들이 스캘퍼들에게 일반 개인투자자들 보다 정보 전송 속도가 빠른 전용선과 증권사 내에 별도의 매매 공간을 제공했다는 것. 검찰은 H증권사와 W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이런 편의를 제공한 점을 포인트로 잡고 이를 불법으로 규정 지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검찰의 이런 접근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이 대량 거래를 하는 우대고객(VIP)에게 전용 트레이딩룸과 전용선을 제공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홍콩 등 파생상품 선진시장에서도 VIP고객에게는 전용선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 특별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외국계 증권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
 
또 손씨 등이 개발한 프로그램 역시 투자자로서 보다 편리한 매매를 위해 직접 제작한 것이므로 불법이라고 볼 수없다고 보고 있다. 단, 프로그램이 다른 투자자들을 방해하거나 증권사 ELW거래 프로그램과 연계돼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면 불법인 것이다.
 
H증권사 관계자는 "스캘퍼와 결탁하고 대가성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백씨는 사건 당시 대리급으로 스캘퍼에게 정보 등을 제공할 위치가 아니었으며, 내부 조사결과 전용선을 제공한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다.
 
◇ 투자의 시작점은 동일하게
 
현재 국내 자본시장 체제는 투자자들이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실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3장 제178조에 따르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 그러나 이 또한, '부정한 수단과 계획 등'이 어느 범위까지인지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스캘퍼들의 대량 거래로 인한 수수료도 일반 투자자들의 수수료보다 크기 때문에 나쁘지 않아 전용 공간이나 전용선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E증권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전용 공간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나오지 않아, 이번 사건으로 증권사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S증권사 관계자 역시 "전용선이 문제가 된다면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이 명확하게 나온 후 제도 개선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증권사들 입장에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터질 일 터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ELW 투자자 유치를 위한 과당경쟁이 이번 사건을 터지게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수수료 수익에 목을 맬수 밖에 없는 국내 증권업계의 구조상 막대한 매매수수료를 지불하는 VIP급 거액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전용선 등의 특혜를 제공할수 밖에 없다는 것. 또 커지고 있는 ELW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스캘퍼들이 차지하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손씨 등은 17개 ELW 계좌로 매달 국내 ELW 시장의 약 14%에 달하는 4조3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했다. 증권사는 스캘퍼들의 거래 수수료로 매달 4억원 가량을 챙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의 확장이나 수수료 문제로 인해 스캘퍼 등과 같은 거액 투자자를 유치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업계에서 어느 정도 과당 경쟁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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