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 불법 인출된 VIP고객 예금을 환수하겠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출예금 환수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실제 환수에 나설지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감독원 "검토초기 단계'..비판 압박에 예금환수 '고심'
금융감독원은 27일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부당인출 예금 환수를 법률 등 여러 방안에서 검토하는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심건, 조영택, 우제창 의원은 26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불법 인출된 예금을 환수하도록 요구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인출한 금액의 환수 조치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논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당일 일부 지급 금액에 대해서는 취소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인출 청구서를 쓰는 것을 발견해서 즉각 제지 시키고, 부산 저축은행에서는 이미 지급한 것도 취소 조치를 했다"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배임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16일 부산저축은행에서 영업시간 이후 인출된 예금은 총 3588건에 1077억원으로, 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 등 7개 은행에서 이뤄졌다.
영업정지 전날 인출된 금액 중 환수된 예금은 모두 25건, 액수로는 8억4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불법 예금 인출에 대해 관리감독을 못했다는 여론의 비판에 몰리고 있어 예금환수 등의 조처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환수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없는데다 법률적 공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법률적 검토 초기단계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불투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법적근거는 '채권자 취소권'..실명제 위반 등 불법일 경우 환수 가능
예금 환수 조치의 근거로 금융당국은 민법상 '채권자 취소권'을 적용할 방침이다. 채권자 취소권이란 채권자가 채무를 갚지 않을 목적으로 헐값에 팔거나, 증여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다른 채권자의 권익이 침해됐다면 이 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환수 대상은 영업정지 전날 은행업무가 마감된 뒤 인출된 예금 중 도장 등 직인이 찍혀있지 않거나, 실명확인 없이 불법으로 인출한 예금이 대상. 금융당국은 이미 저축은행에서 돈은 빼 다른 은행으로 옮긴 예금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온라인 이체 등 예금 인출은 장이 마감된 오후 4시 이후라도 가능하다"며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이체를 한 것인지, 본인 확인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7개 은행에서 인출된 1000억여원 가운데 200~300억원 정도가 환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절차 복잡하고 법적 공방 예상.."전례로 확립해야"
이번 환수조치가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법적인 공방도 예상된다.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영업 정지가 처음이었다는 금융당국의 고백처럼 인출된 예금을 환수하는 조치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채권자의 이름으로 '채권자 취소권'이 적용된 적은 1997년 외환위기 때 퇴출 은행에서 임직원의 책임을 물은 사례가 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은행 대표 등을 상대로 예보에서 채권자 취소 소송을 취한 바 있다.
김상용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은행이 채무를 갚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예금을 찾은 정황이 있다면 이들에 보호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입증하는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정지 하루전에 불법으로 예금을 인출한 것에는 경영진의 배임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본인의 서명이나 확인없이 인출을 진행한 것은 금융실명제를 어긴것에 해당한다. 친인척으로 돈을 인출해 간 사람에게는 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김교수는 "형법으로 처리하면 처벌은 가능하지만, 돈은 돌려받지 못하므로 민법적으로 처리해 선량한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사례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김완수 한강 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이례적인 경우"라며 "법률상으로는 큰 무리는 없지만, 청구가 받아들여지고 진행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실제 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도 두고봐야 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돈을 인출해 다른 은행에 옮긴 경우, 금감원이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며 "명의를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받아간 사람에 대해서는 가압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국회 안에 정확한 보고와 진상조사를 파악 후에 금융당국자와 연루된 임직원 등에 대해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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