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40달러 시대)①유가,200달러 향해 간다
수급불균형 아니면 투기세력?..유가 폭등 원인 두고 의견 분분
2008-07-01 07:52: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유가가 거짓말처럼 140달러마저 넘겼다. 지난해 초만 해도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의 경우 배럴당 50달러 수준이었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두 배 이상이나 훌쩍 뛴 유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 국가에서의 원자재 수요 급증으로 인한 수급불균형문제를 최근의 유가 급등의 주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투기세력에 의한 조작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고 일어나니 유가가 오르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상하기 조차 힘든 유가의 고공행진에 글로벌 경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가 140달러 시대
 
유가는 현재 초강세를 보이며 전세계 각국 경제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지난 주말 수급 불안과 달러 약세 전망으로 국제 유가가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 140달러를 넘었다. 30(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8월 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40.00달러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140달러대로 마감했다.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게 불과 석 달 전이라며 거품이 끼어있는 지금의 고유가는 곧 조정될 것이라고 주장하던 목소리도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서자 점차 잦아드는 분위기다. 
 
이미 140달러 선을 넘긴 유가는 여름철을 맞아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가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 요소, 달러화 약세 등이 겹쳐 현재의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사그러 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석유 생산은 늘지 않는 반면 소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세를 계속해서 부추기고 있다.
 
계절적 요인에다 증산 가능성마저 희박해짐에 따라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라는 새로운 고지를 향해 당분간 전진할 전망이다.
 
유가 폭등의 원인수급 문제? 아니면 투기 세력 때문?
 
국제 유가 급등의 진원지로 꼽히는 개발도상국들의 석유소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석유소비량은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872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향후 20년간 석유수요가 35%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석유소비가 선진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OPEC의 증산도 어려움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능력을 내년까지 하루 125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상 생산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토로한 바 있다. 또한 이란과 리비아 등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위기가 원유감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도 국제 유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러시아, 멕시코, 노르웨이 등 OPEC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에서 생산이 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중 일부 산유국에서는 실제로 매장량이 고갈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생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석유공급의 60%를 차지하는 비 OPEC 산유국들은 시추 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자는 자원 민족주의 정책이 부상하면서 최근 석유 생산을 조절하고 있다.
 
OPEC 산유국의 석유생산 총량은 하루 5000만배럴에서 멈춰 서 있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유전이 많은 러시아의 경우, 현재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0만 배럴로 유지하며 최근 생산량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투기세력이 고유가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하원의 바트 슈트팩 위원의 말을 인용, 선물시장이 거대한 몇몇 기관투자자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하원은 투기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고 이들을 잡을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미국하원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급격한 유가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될 경우 CFTC는 과도한 투기 세력을 억제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수급문제와 투기세력 문제는 고유가 시대 진입을 부추기는 양대 원인으로서 현재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최근의 유례없는 고유가 행진은 어느 한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원유 시장에서 수급불균형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 투기 세력이   침투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데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유가 고공행진, 더 간다

140달러를 돌파한 국제 유가는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을뿐더러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만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이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OPEC의 증산 여부에 대해서도 공급이 잘 이뤄지고 있다조만간 증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IEA는 세계 주요 유전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IEA가 조사를 마친 후 석유공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IEA
가 원유공급 전망을 하향조정하면 원유시장의 수급악화 상황을 확인시켜주는 격이 돼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유가의 추가 상승을 다시 한 번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더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 갈 수 있다
.
 
공급부족 전망을 근거로 골드만삭스는 심지어 2010년 배럴당 200달러 전망까지 내놓으면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국제유가 배럴당 200달러 시대가 코 앞에 닥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슬금슬금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불행히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유가는 140달러를 넘어서면서 150달러 시대는 이제 시간 문제가 됐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언제 불현듯 닥칠지 모르는 국제유가 200달러 시대. 글로벌 경제는 더 이상 고유가에 대한 대비를 미룰 수 없게 됐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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