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우리 경제의 보루였던 수출 산업이 위태롭다.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기존 시장에 대한 수출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다행히 신흥 시장국들이 한국의 수출을 떠받쳐주고 있다. 하지만 신흥 시장의 번성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다시 수출 기업들을 옥죈다.
◇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지난 달 기업들의 업황 경기체감지수(BSI)가 82로 지난 5월보다 13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수출기업의 업황 BSI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업황 BSI가 100보다 적으면 적을수록 경기가 나쁘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다.
수출업체들의 업황BSI는 원화약세로 수출 기업들의 수익이 늘어나면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상승했었다. 그러나 6월 수출기업의 채산성BSI가 11포인트 떨어진 72를 기록하며, 수출 기업들의 지출이 수익보다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허상도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며 “고정된 가격 속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들의 지출 증가가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익 증가를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불행하게도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과 동시에 수출의 증가 곡선도 완만해지고 있다.
◇ 국제적 경기 침체에 수출 감소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은 국제수지 기준으로 지난 5월 수출이 전년동월보다 2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수출이 29.1% 증가했던 것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감소했다.
수출 증가폭이 감소한 원인은 우선 미국의 경기 침체로 대미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대미수출은 전년동월에 비해 3.1%나 감소했다.
올 해 들어서 대미 수출은 지난 4월 10.2%가 증가했던 것을 제외하면 감소했거나 1% 미만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4월 수출이 증가했던 것은 특수한 경우였다. 4월 미국 석유 제품 생산이 부진해 미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국내 석유 제품 수입을 늘린 것이다.
수출 증가세 둔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정책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하반기에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자 각국 정부들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긴축정책으로 각국의 경제활동이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감소한다.
그러나 급속한 수출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지 않는다. 신흥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수출 지탱하는 이머징 마켓..양날의 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달 30일 올해 수출이 4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6년 3000억달러를 넘은 후 불과 2년만이다.
경기 둔화로 미국과 EU 등 주요 시장의 수출이 주춤한 상태에서도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 같은 전망을 할 수 있다.
지역별 수출 전망은 중국에 1000억달러, 중남미에 304억달러, 중동과 아프리카에 333억달러, 독립국가연합에 158억달러 정도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 신흥 시장에 대한 수출 증대를 수출기업들이 마냥 고마워 할 수는 없다.
이들 신흥 국가들이 우리 나라 상품을 사들이면서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이들이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대량의 원자재를 소비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경제활동을 늘리면서 우리나라 상품을 수입할수록 원자재 가격은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이들 국가들의 경제가 나빠진다면 우리 나라의 수출은 크게 감소하지만 원자재, 특히 유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이 물가, 환율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아이러니에 빠졌다. 수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채산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수출이 감소한다면 당장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신흥 시장국에 대한 수출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만약 수출이 감소한다면 유가가 떨어진다는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더 심각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