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대단위 택지개발 사업 취소, 금리인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주택정책...
내집마련의 꿈을 이뤄주겠노라 도입한 DTI규제 완화와 전세자금 대출 확대로 서민들의 빚을 불려놓더니 뚜렷한 대안없이 빗장만 걸어 놨다.
일부 신규택지사업의 경우 일방적으로 백지화하기로 결정하면서 빚에 쪼들린 주민들은 삭발투쟁을 감행하면서까지 사업 계속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잃은 정책수립과 일방적인 사업취소 등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고통받는 등 총체적인 난국이다.
지난해 4분기 국민들의 누적 가계부채는 무려 795조4000억원,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한다. 3분기 가계부채 잔액도 770조원이나 됐지만 DTI 규제완화의 영향을 받아 25조원 이상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 가계대출잔액은 431조5000원. 이 가운데 65.9%인 284조5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서 2008년 12월 이후 2년여만에 기준금리가 3%대로 되돌아 왔다. 추가 인상까지 예고돼 정부가 노리는 주택시장 활성화도 기약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부채증가를 억제하고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결정한 DTI 규제 부활, 세금감면 정책은 발표 직후부터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미 불어난 가계대출을 줄이기에는 이번 대책이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또 고작 수백만원 취득세 인하가 주택거래 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불가능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방적인 취득세 감면 결정으로 지방재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민들은 치솟는 전세가와 전세난 때문에 차라리 집을 사고 싶지만 돈을 빌려 집을 사기도 쉽지 않다. 물가가 심각한데다 이자도 높아 대출받기도 어려운데다 그나마 전세는 물량도 없다.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심모씨(36)는 "9억원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취득세 감면 정책은 그들만의 이야기"라며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이 집을 더 구입해 전세시장에 내 놓아야만 시장이 안정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계획했던 신규주택사업을 하나둘씩 백지화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신도시급을 포함한 21개 사업에 대한 전면취소, 사업축소 등 재조정이 가시화됐다. 올 상반기중 이를 포함해 138개 신규사업이 재조정될 예정이어서 피해규모와 불만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125조7000억원, 하루 이자 1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LH로서는 사업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결정으로 수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충남 아산 탕정2단계지구와 파주운정3지구의 문제는 심각하다. 탕정2단계지구는 이달 31일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해 전체 1762만㎡ 가운데 보상이 진행되지 않은 1246만㎡의 지구지정이 해제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1998년 지정된 이후 개발과 보상이 지연돼오다 최근 지구지정 해제가 확정단계에 돌입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07년 택지개발 승인과 보상계획이 발표된 이후 대토를 구입하기 위해 농협, 새마을금고 등 제 2금융권에서 빌린 돈만 1200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출금을 대토구입, 생활비 등으로 이미 사용해 지구지정이 해제 되면 최악의 경우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주민들의 땅이 무더기 경매처분될 수도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철회로 주민들이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07년 6월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된 파주 운정3지구의 주민 피해 규모도 만만치 않다.
당시 LH는 2009년 하반기 보상 착수를 약속했다. 주민들은 보상완료 시기를 2년 정도로 예상하고 대토 구입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렇게 빌린 돈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보상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최근 정부가 사업 백지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주민들이 집단 삭발을 감행하는 등 불만이 폭발했다.
LH는 지역 주민들과 이달 두번의 협의를 진행했으며, 다음 달 중순쯤 구체적인 보상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2009년 9월 택지지구로 지정된 오산 세교3지구 역시 LH의 자금난으로 보상이 미뤄진 상황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지구지정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다음달 지구지정 해제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인천 검단2지구는 사업을 중단하지 않지만 현재 LH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50대 50 지분율을 37대 63으로 조정하는 안을 두고 양측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달라"면서 "LH의 사업진행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관종 기자 pkj3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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