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두 사안을 따로 볼 수도, 따로 볼 수 없지도 않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가 금융계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안건에 관한 회의를 마친 뒤, 두 사안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아리송한' 답을 내놨다.
이날 금융위는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이라며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그동안의 판단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여,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최종 판정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안은 이날 회의에서 아예 상정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의 외한은행에 대한 인수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시장에서는 금융업계와 시장의 심판 구실을 해야할 금융당국의 '뒷짐지기식' 애매한 발언이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는 금융자본"..먹튀자본 비난 부담 덜어
우선 금융당국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8년간 논란이 되어온 금융자본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최종구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자본에 대한 근거로 정기적격성 심사에서 재무와 자본건전성 부문에서 비금융협력자(산업자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즉, 금융자본으로서 대주주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길을 열어준 것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이 판정으로 지난 2003년 '금융자본이 아닌 투기자본'에게 외환은행을 넘겨줬다는 그간의 비판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금융자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면 결국 투기자본에 외환은행을 팔도록 놔뒀다는 비판을 금융당국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라 이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며 "책임추궁도 피하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토록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자격 최종결론은 유보하고 법원에 판단 미뤄..'무책임' 비판
문제는 수시적격성에서 나온다. 사회적인 신용요건 충족 여부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해 최종 유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최근 대법원 판결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10일 대법원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결이 고등법원에서 다시 무죄로 뒤집힌 경우는 한번도 없었던 만큼 사실상 유죄로 판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은행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등 사회적 신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유죄가 인정되면 대주주 자격 자체가 아예 박탈될 수 있기때문에 계약자체가 성립이 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심사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법리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중은행은행 법조팀관계자는 "법원판결을 앞두고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금융당국으로선 부담일 것"이라며 "특히, '먹튀성 투기자본'으로 여겨지는 론스타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좋지 않음을 고려할 때 무리수를 두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법원의 판결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다면 외환은행 매각은 적어도 수개월 이상 지연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여론의 비판이 부담스러워 판단을 법원에 미루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에서는 그렇게 강한 리더십을 보였던 금융당국의 의지는 어디있는지 모르겠다"며 "중대한 현안을 앞두고 결국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궁색한 변명을 내놓은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법원 판결에 따른 부담을 덜고 싶다는 생각이 클 것"이라며 "결과상으로 큰 변화는 없겠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