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구제역 매몰지' 숨기는 정부.."안전불감증" 비판
2900여곳 중 상수원 지역 99개.."공개할 수 없다" 입장
환경단체 "정부 무책임..주민에 공개·관리지침 내려야"
2011-02-18 06:00: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구제역 사태로 매몰된 가축에서 흘러나온 피와 분비물이 토양으로 스며들면서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해당 매몰지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는 앞서 지방자치단체가 2926개 매몰지를 1차 조사한 결과 상수원 상류로서 문제우려가 판단한 99개 매몰지에 대해 10일부터 14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 99개 매몰지 중 27개는 차수시설과 빗물차단시설 등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내달말까지 14억원을 들여 정비공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비 대상 매몰지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조사는 모두 마쳤고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며 "조만간 해당 매몰지를 부처 합동으로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발표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환경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발족한 '구제역·AI 시민조사단'은 정부의 매몰지 정보 미공개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 소장(관동대 교수)은 "우리나라 인구 중 400만명은 상수도 공급대상이 아니다"며 "계곡과 산간 농가에 있는 이들은 주로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2차 오염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차 오염은 가축의 썩은 피와 폐기물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토양과 지하수로 침투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것으로, 병원성 미생물과 탄저균, 식중독균 등이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같은 우려가 있는 매몰 지역은 해당 주민과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관리지침을 알리는 것이 상식이지만 정부는 공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소장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심각한 안전불감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물사체는 일종의 '고농축 오염물'"이라며 "가축 매몰지는 (지역 주민들이 종종 반대하는) 쓰레기 매립장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고의로 정보 공개를 미루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료 취합 중'이어도 문제다.
 
대규모 가축을 매몰할 때는 2차 오염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매몰지 선정 기준, 매몰지 규모, 매몰 가축 두수, 관리 상황 등에 대해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관찰, 기록했어야 하는데 아직 '자료 취합 중'이라는 것은 기본 실태조사 자료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핏물 섞인 지하수 제보가 들어오고, 언론을 통해 2차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부랴부랴 매몰지 관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뉴스토마토 이자영 기자 leeja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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