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기박람회서 ‘반전시위’ 무죄 확정…법원 “감시하고 비판할 권리”
검찰 상고 포기…평화활동가 8명 파기환송심서 무죄 확정
법원 “국가 방위산업은 공적 관심사…감시하고 비판할 권리”
2026-10-14 16:32:50 ㅣ 2026-10-14 16:54:46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무기박람회에서 장갑차와 전차 위에 올라 악기를 연주하고 반전 구호를 외친 평화활동가 8명의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법원은 국가 방위산업에 대한 시민의 감시·비판 권리를 강조하며, 공적 관심사에 관한 표현행위를 형사처벌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쟁없는세상 회원들이 2025년 4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무기박람회 'DX KOREA 2022' 저항행동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부(재판장 우인선)는 지난 8월2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등 8명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무기의 생산·수출 등 국가 방위산업에 관한 사항은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갖는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국민의 일원인 피고인들은 이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권리는 표현의 자유가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실히 보장될 때 비로소 온전히 행사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우리 사회의 법 규범은 공적 관심사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표현행위를 가급적 너그럽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 국민의 의식 또한 이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했다”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행위를 위력으로 보아 형사처벌하려 할 때에는 일정한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주문했습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9월2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무기박람회 ‘DX KOREA 2022’에서 발생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유료 입장권을 구매해 행사장에 들어간 뒤 무기 생산·판매를 비판하고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행동(시위)을 펼쳤습니다.
 
2명은 K808 장갑차 위에서 바이올린과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3명은 K2 전차 위에서 ‘방위산업체의 이윤=누군가의 죽음’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전쟁 장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참여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소란을 피워 전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제 표현행위는 1350개 부스 중 한 곳 앞에서 5분 이내에 이뤄졌다고 봤습니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오가고 각종 홍보행사가 진행돼 이미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던 전시장의 특성도 고려했습니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는 위력을 사용해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재판부는 행사 특성과 표현 수단, 소음의 정도, 전시회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하면 활동가들이 이러한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전시 업무가 실제 방해되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2023년 11월 1심은 전원 무죄를 선고했지만, 2024년 10월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소란이 행사 관계자와 업체에 불편을 끼치고 관람객의 인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업무방해 위험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항소심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단이 유지되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재판은 마무리됐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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