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지도가 바뀐다…하나금융 ‘초대형 협업 실험’
2026-09-30 16:52:00 ㅣ 2026-10-01 08:16:30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그동안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했던 관계사와 부서들이 한곳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할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근무 공간을 옮기는 게 아니라 경계를 허물어 협업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청라 헤드쿼터의 핵심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이 청라 헤드쿼터를 소개하며 가장 강조한 것은 '협업'입니다. 흩어져 있던 관계사와 조직을 한곳에 모아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고, 계열사 간 소통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30일 찾은 인천 서해구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건물. (사진=뉴스토마토)
 
30일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30일 오전 서울 명동 하나금융그룹 사옥에서 출발한 지 약 1시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자 물결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외관의 청라 헤드쿼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14일부터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된 가운데 건물 주변에서는 아직 일부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청라 헤드쿼터는 지하 7층~지상 15층으로 12만8503㎡ 규모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넓게 트인 업무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부서별로 공간을 촘촘하게 나누기보다 경계를 최소화했는데요. 한 층의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 사옥의 3배 수준입니다.
 
업무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5G 무선 환경과 클라우드 PC(VDI), 메신저, 소프트폰 등을 구축해 직원들이 특정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좌석과 회의실 역시 앱과 웹을 통해 예약할 수 있습니다.
 
30일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내부 업무 공간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은행·증권·카드' 한 건물에
 
업무 공간뿐 아니라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는 공간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3~7층과 10~14층에는 층과 층을 연결하는 내부 계단을 설치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층을 오가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커뮤니케이션존 역시 기존 명동 사옥보다 3배가량 늘렸습니다.
 
건물 안팎을 잇는 동선도 눈에 띄었습니다. 1층부터 15층까지 건물 외곽을 따라 이어지는 개방형 보행로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처럼 조성됐습니다. 청라국제도시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직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계획입니다.
 
하나금융이 이처럼 사옥 곳곳의 경계를 허문 이유는 결국 관계사 간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연말까지 10개 관계사 약 2200명이 순차적으로 이전하면 기존 청라 근무 인력을 포함해 약 4000명의 하나금융 직원이 청라에 모이게 됩니다.
 
30일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지하 1층에 마련돼 있는 커뮤니티 공간. (사진=뉴스토마토)
 
층별로 3~7층에는 하나은행이, 10층에는 하나에프앤아이·하나금융티아이, 11층에는 하나증권·하나캐피탈·하나펀드서비스가 배치됩니다. 12~13층에는 하나카드, 14~15층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자리합니다. 그동안 명동과 여의도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던 주요 관계사들이 한 건물에서 일하게 되는 셈입니다.
 
지난 21일 하나에프앤아이 전 직원이 이전한 데 이어 10월에는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이 자리를 옮깁니다. 11월부터는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펀드서비스·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합류합니다.
 
하나금융이 기대하는 효과는 관계사 간 물리적 거리를 좁혀 업무 협의와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겁니다. 은행·증권·카드·캐피탈 등이 한 공간에 모이는 만큼 관계사 간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원 편의시설도 강화했습니다. 8~9층 직원 식당에서는 청라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약 200평 규모의 피트니스 공간을 비롯해 스포츠마사지룸과 리클라이너, 캡슐룸 등도 마련됐습니다.
 
30일 인천 서해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금융 핵심 기능' 청라 집결
 
하나금융은 지난 2012년부터 '하나드림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청라에 그룹의 주요 기능을 단계적으로 옮겨 왔습니다. 헤드쿼터에서 큰길 하나를 건너면 2017년 문을 연 통합데이터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하 1층~지상 16층, 약 6만6000㎡ 규모로 은행·증권·카드 등 관계사의 IT 시스템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통합보안관제센터에서는 35명의 전문가가 2교대로 관계사의 보안 상황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하루 평균 10억건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약 100건의 해킹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입니다. 같은 건물에 자리한 그룹 AI 싱크탱크 하나금융융합기술원에서는 AI와 데이터 관련 금융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IT·보안·AI 등 그룹의 핵심 인프라까지 청라에 모여 있는 셈입니다.
 
청라 헤드쿼터까지 준공되면서 장기간 추진해 온 청라 집결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근무 체계가 안착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는데요. 서울에서 청라로 근무지가 바뀌는 가운데 출퇴근 등 생활환경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입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를 혁신해 새로운 100년 역사를 향한 대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며 "그룹의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고객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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