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8·3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핵심 내용을 다시 손질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늘리려던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시장에는 일단 완화 신호를 보냈습니다. 다만 발표 직후 정책 수정으로 세제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가 흔들렸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습니다. 지난달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겠다고 예고한 지 29일 만의 방향 전환입니다.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자도 1인당 6억원씩 총 12억원을 공제받도록 조정했고, 직전 연도 세액의 200%까지 높이려던 세 부담 상한도 현행 150%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예정대로 14억원으로 확대돼 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 과세 원칙은 유지됐습니다.
정부가 한 달 만에 방침을 되돌린 배경에는 시장의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질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투기 수요와 같은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이어졌고, 정치권 안팎에서도 수정 요구가 제기됐습니다. 결국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 속도를 완화하는 절충안을 선택했습니다.
세제개편 발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늘었지만 거래는 급격히 줄어드는 거래절벽이 이어졌습니다.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급매를 거둬들이고 호가를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지만, 거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현장에서는 세금보다 매수심리 위축이 더 큰 문제라는 반응입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제 변경을 묻는 문의는 있었지만 대부분 최종 입법까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며 “집을 사겠다는 손님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들도 “매물은 나오지만 매수 문의가 많지 않고,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거래 성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서울 외곽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악·도봉·강북 등 비강남 지역에서는 전용 84㎡ 국민평형이 15억원 안팎의 신고가를 잇달아 경신하며 이른바 ‘가격 키 맞추기’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남과의 가격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공급 부족과 실수요 유입이 맞물리면서 외곽 주요 단지의 가격 방어력이 강화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 똘똘한 한 채 수요 지속…전세시장 영향은 미미
전문가들은 이번 수정안이 단기적으로는 고가 1주택자의 매도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비거주 1주택자의 12억원 공제가 유지되면서 1주택자 전반에 대한 세 부담 강화 우려가 완화됐다”며 “세금 때문에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추가 매물을 줄이고, 고가 1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 보유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출 규제로 매수자의 자금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절세 목적의 급매가 가격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함 랩장은 “임대인의 매도 필요성이 줄면서 기존 임대 물량이 일부 유지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입주 물량과 전세대출 규제, 월세 전환 등 다른 변수가 더 커 이번 세제 수정만으로 전셋값 안정이나 매물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책의 큰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공제와 세 부담 상한은 완화라기보다 종전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며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통해 보유세를 높여가는 큰 틀은 그대로여서 정책 목표와 효과는 기존안과 사실상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거래 위축에 따른 가격 변동성은 일부 억제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집값이 급락하거나 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며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국회 최종 입법에 쏠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이 의견 수렴과 국회 심의를 거치는 통상적인 입법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발표 29일 만에 핵심 내용을 수정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세제 정책 변경이 매수·매도 시점과 보유 전략에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종 입법 전까지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정책 향방을 지켜보며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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