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 2월 미-이란 전쟁 발발로 이집트 카이로에 발이 묶였던 국내 여행객들이 반년 만에
모두투어(080160)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행 도중 자력으로 귀국편을 구하며 겪은 정신적 고통과 추가 비용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입니다.
이집트 피라미드. (사진=모두투어)
2월22일부터 3월2일까지 6박9일 일정으로 모두투어의 이집트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한 여행객 24명은 지난 21일 법무법인 정세를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두투어네트워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추가 항공료 5763만4454원, 숙박비 598만8479원, 식비 161만8493원, 위자료 7000만원 등 총 1억2472만8426원입니다.
이들의 여행 막바지인 2월28일, 미국-이란 간 전쟁 여파로 두바이 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두바이를 경유해야 하는 귀국 항공편이 결항됐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모두투어가 처음에는 귀국 항공편에 관해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취지로 안내했다가 이내 '자력으로 귀국하라'라고 지침을 바꿨습니다. 대체 항공편 확보나 정보 제공 등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패키지 여행객은 "책임 있는 안내를 원했는데 본사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도 받지 못했다"며 "대형 여행사인 모두투어를 믿고 여행을 간 것인데 각자도생해야 하는 '각자 투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은 스스로 좋지 않은 인터넷 환경 속에서 어렵게 항공권을 구하거나 국내 가족에게 연락해 겨우 항공권을 예약해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예정된 귀국일인 3월2일보다 최소 1일에서 최대 4일 늦게 귀국했습니다. 일부는 카이로에서 제다,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약 30시간 만에 귀국하는 등 경유 경로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피해 여행객은 "여행객들이 처한 환경과 비교하면 모두투어 측은 훨씬 손쉽게 항공권 정보를 확인하고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모두투어가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 귀국 항공료도 여행객들이 실제 부담했던 비용보다 저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행 마지막 일정이었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관광은 여행객들이 항공권 확보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관광하지 못했습니다. 한 여행객은 "두려움에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은 사람이 있었고 어렵게 간신히 예매한 사람 중에 해당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바로 공항으로 간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원고 24명 중에는 고혈압약 등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이 부족했던 이, 새로운 직장 첫 출근을 앞둔 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소송은 지난 3월 원고 일부가 모두투어에 내용증명을 보낸 지 5개월 만에 이뤄졌습니다. 앞서 본지가 보도한 대로 여행객 6명은 3월23일 모두투어 측에 고객 보호 의무와 신의성실 원칙 위반을 지적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합당한 보상이 없으면 손해배상 청구와 행정처분 요구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피해 여행객들은 모두투어가 안전배려의무와 귀환운송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합니다. 여행객들은 여행 출발 전에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을 예상하는 보도가 나온 점을 들어 여행 전문가인 모두투어가 충분히 위험을 예견하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여행 전 한 여행객이 모두투어 측에 전쟁 위험성을 문의하자 모두투어 측은 "현재 진행 이상 없다. 이란-미국 협상 중이어서 이상 없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여행업계 대응은 회사별로 갈렸습니다. 두바이 체류객에게는 여행사 대부분이 비용을 전액 지원했지만 카이로 체류객에 대한 지원은 여행사별로 달랐습니다. 놀유니버스는 항공권과 숙박비, 식비 등 추가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고, 하나투어는 추가 비용의 50%를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모두투어는 개별 귀국 항공 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체류 비용에 한해 1박당 15만 마일리지를 지원하는 데 그쳤습니다. 해당 마일리지는 모두투어 상품 결제에만 쓸 수 있기에 여행객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이번 사태로 여행 관련 표준약관과 법령에 경유 항공편만 취소된 경우 명확한 책임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여행업협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지원안을 논의했지만 협회에 개별 회사에 지원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각 사가 자율적으로 지원 수준을 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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