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보 혁신기업 성공 조건)③충분한 시험·검증 기회가 관건
테스트베드·기술실증 확대해야 '연구개발-실증-사업화' 선순환 구조 구축
실전 환경서 자유롭게 시험·검증할 넓은 운동장 만들어져야 AI 강군 도약
2026-08-20 15:49:05 2026-08-20 16:00:00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개최된 '방산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간담회'에서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먼저 중소벤처기업의 방산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청년의 국방 유입을 활성화하겠습니다. 'K-방산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진입부터 자립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하고, '방산청년뉴딜' 정책으로 방위산업 분야 청년 고용을 늘리고 창업을 촉진할 예정입니다. 'K-방산수출펀드' 등을 통해 직접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글로벌 방산 기업 공급망 진입 지원사업인 'GVC30'과 '수출길지원사업'으로 국제적 방산 공급망 진입을 지원하겠습니다.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실질적 매출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제품의 관급 조달을 확대하고, 무기체계 적용을 의무화하는 등 '진입-육성-매출 창출'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갖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하반기 업무보고 중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듯하지만 대부분이 기존 정책의 나열인 데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빠진 선언적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 방산 벤처기업 관계자는 "이재명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은 새로운 연구개발 예산을 확대해 미래전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보유한 혁신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이 실제 안보 역량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혁신기업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 보장 △사업 수행 경험과 대형 컨소시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방연구개발 사업 방식의 획기적 전환 △인공지능(AI)·유무인복합체계(MUM-T) 등 혁신기술들에 대한 충분한 시험 및 입증 무대 제공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혁신기업들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들을 실증할 충분한 공간과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첨단기술 가장 먼저 적용해야 '미래전 승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을 거치면서 국방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건 인공지능(AI)과 유무인복합체계입니다. 미래 전장의 승패가 더 이상 병력 규모나 무기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들 전쟁이 보여줬습니다.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 AI가 의사결정을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 유인 전력과 무인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전투력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군은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유무인복합체계, 자율작전체계, AI 에에전트 기반 의사결정지원체계 개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 개발은 주로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맡습니다. 보통 이들 기업이 당면한 문제가 자금이나 인력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습니다. AI, 대규모언어모델(LLM), AI 에이전트, 디지털트윈, 유무인복합체계 분야 전문 기업 관계자들은 기술을 검증하고 성능을 입증할 기회의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에이전트가 실제 상황에서 적절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지, 국방 LLM이 복잡한 군사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지, 디지털트윈이 실제 전장 상황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하는지, 유무인복합체계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무인체계를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지 등은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해야만 알 수 있는데 이런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AI 에이전트, 국방 LLM, 전술 디지털트윈, 유무인복합체계 통합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군 데이터는 물론이고 이와 유사한 환경과 조건에서 실증할 기회조차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국방 데이터 접근이 제한적이고, 실전과 유사한 검증 환경도 부족하며, 기술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할 수 있는 개방형 테스트베드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환경은 결국 기술은 개발했지만 검증할 환경이 부족하고, 검증 결과를 축적하기 어렵고, 기술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알고리즘과 플랫폼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수많은 실험과 검증 과정을 거친 혁신기술이 등장했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AI 산업의 특성상 이 같은 환경에서 정부가 원하는 신안보 혁신기업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의 목적이 단순히 기업 숫자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군이 필요로 하는 실제 전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검증된 기술이라면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함께 실증과 평가 체계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제9회 국방과학기술대제전'에서 로봇 조종사가 전투기 시뮬레이터를 조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혁신기술, 연구실에서 완성되지 않아"
 
전문가들은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연구개발비 지원 확대와 함께 테스트베드, 시범사업, 기술실증(PoC) 등이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와 군이 미래전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혁신기업에 실제 운용을 가정한 실증 환경을 제공하고, 개발된 기술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혁신기술이 자유롭게 시험되고 검증될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만들어져야 혁신기업들이 기술력을 검증하고 성장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국군은 AI 강군으로, 대한민국은 신안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원준희 방산중소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미래 전장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장 먼저 실전에 적용한 국가가 될 것"이라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의 성공 역시 그런 기술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원 회장은 "앞으로는 혁신기술을 빠르게 시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이 대한민국 안보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실증, 사업화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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