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교정시설에 적정온도와 최고 허용온도 기준이 없는 건 수용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의 수용자는 현재 자신이 지내는 공간의 온도가 얼마인지 알기 어렵고 폭염 피해가 발생해도 조치를 요구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선 법원 판결과 입법 등을 통해 교정시설의 온도를 측정·기록하는 기준을 구체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6월17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제3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을 실시했다. (사진=뉴시스)
수용자인권증진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정시설 '폭염 수용'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적정온도와 최고 허용온도를 법령에 명시하고 모든 수용시설에 온·습도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6조는 수용거실(수용자가 숙식하고 생활하는 방)에 적정한 공간과 채광·통풍·난방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합니다. 하지만 냉방시설 설치 의무와 여름철 적정·최고온도, 온·습도 측정·기록 기준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교정시설은 폭염 대응 기준이나 수용거실 온도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비공개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부 교정시설에선 온·습도를 측정하지만 모든 수용거실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라며 "수용자들은 자기가 있는 공간의 온도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풍, 채광, 온도 같은 것들은 모두 적정한 수용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며 "법에 적정온도 기준이 규정되지 않은 건 헌법에 반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도 10개 교정시설을 방문해 조사한 뒤 여름철 최고온도와 겨울철 최저온도뿐 아니라 △측정 방식 △측정 시각·주기 △측정기록 보관 의무를 형집행법령에 명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는 실내 적정온도 미준수에 따른 국가배상 소송 우려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런 기조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반면 해외에선 교정시설 내 온도 측정과 기록 문제가 실제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먼저 캐나다 연방법원은 지난달 16일 시민단체가 '에드먼턴 여성교도소 최고보안구역 내 폭염 문제와 관련해 교정당국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심사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에서 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교정당국이 해당 구역의 온도를 주 5일 이상 하루 한두 차례 측정하기는 했지만, 측정값을 기록하거나 보존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이에 법원은 "중대한 누락"이라고 지적한 뒤 수용자가 생활하는 공간에선 정기적으로 측정한 온도값을 기록·보존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수용거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한 특별승인 절차도 밟도록 했습니다.
미국에선 연방교도소의 온도 측정을 의무화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6일 미 연방하원엔 사람이 머무는 모든 교정시설 공간에 온도 측정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설치 전까지는 정기적으로 온도를 측정하고, 폭염·한파 대응을 위한 서면 기준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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