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지난 20년간 부동산 세제는 아홉 차례나 손질됐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금 체계가 흔들리면서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크게 훼손된 겁니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세 부담 강화는 부동산과 상속세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세제 개혁보다 특정 자산을 겨냥한 증세에 그쳤다고 비판합니다.
"세제 안정성 크게 훼손돼"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20년간 아홉 차례 세금정책의 방향이 바뀌면서 세제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은 복잡도가 극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지난 2005년부터 부동산 세제는 20년간 총 9번 변동됐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선 총 세 차례 개편이 이뤄지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2년에 한 번꼴로 바뀌는 세제는 예측 가능성에도 타격이 생겼습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부동산 세제개편안'으로 불릴 만큼 부동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부가 추산한 올해 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는 3조443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종부세가 2조1815억원으로 전체 세수 효과의 63.4%에 달합니다.
국세의 근간으로 꼽히는 3대 기간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의 세입 기반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이에 근본적인 세제 개혁 논의 대신 부동산 과세 강화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소득세는 공제 확대로 과세 기반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법인세의 경우 신규 세액공제로 오히려 완화됐습니다. 부가가치세는 세율 논의 자체가 생략됐습니다.
당초 완화 필요성이 언급되던 가업상속공제는 강화했습니다. 공제 대상인 727개 업종을 세세분류로 나눠 세법에 열거해 세제의 유연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여기에 업종 유지와 공제 적용 기간 조정에 심사·승인 절차를 추가해 오히려 문턱을 높였습니다. 제도 성격과 다르게 요건은 조이고 한도는 늘리며 실효성을 더욱 낮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공정 과세'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종부세 세율 조정은 상위 0.3%에 해당하는 시가 약 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을 겨냥했습니다. 거주용 1주택 기준으로 세율 인상이 본격화하는 과표 12억원은 시가 약 44억5000만원 수준입니다.
일각에서는 종부세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사실상 부유세 성격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20억~30억원대 주택 보유자는 상대적으로 혜택받는 구조가 마련되며 지방 다주택자가 서울 핵심지의 '똘똘한 한 채'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결국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보다 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납세자의 입증 부담도 논란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폐지되거나 변경된 조세 지출 항목은 전체 241개 중 115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입증 책임이 국세청이 아닌 납세자에게 전가돼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공제 기준이 보유 요건에서 거주 요건으로 전환된 만큼 비거주 기간 인정을 위한 입증에 사회적 비용 증가가 예상됩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세제개편안 평가 전문가 토론회'을 열었다. (사진=박수영 의원 페이스북)
"증오에 의한 무리한 과세"
'증세'를 정조준한 야권은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 의원은 "증오의 과세"라며 "고가 주택을 가진 분들이 민주당을 찍지 않는다고 증오에 의해서 무리한 과세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부분이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여권이 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토론회 말미에 "(재경위) 위원장도, 조세소위원회 위원장도 민주당이라 강행 통과할 것으로 본다"며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난민을 만드는 것에 목소리를 높여줘야 막을 수 있다. 암울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당 지도부도 "세금 폭탄"이라며 정부를 저격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규제도 해보고, 대출도 막아보고, 이것저것 다 해봤다. 해도 해도 안 되니 '세금 폭탄'까지 꺼내 든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 올리기 직전에 집을 팔았다. 늘 그렇듯, 자기 이익 챙기는 데는 스페셜리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거주 다주택 초고가에 대한 징벌적 세금은 이미 극도로 불안한 시장에서 전월세 상승으로 인한 세입자의 피해, 매물 잠김 등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거들었습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한 증세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으로 추산되는 증세 규모는 지난해 발표한 이재명정부 첫 세제개편안과 비교해 약 58% 축소됐습니다. 그러나 증세가 종부세에 집중된 데다 오는 2029년까지 짧은 기간에 몰려 있어 그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김 교수는 토론회에서 "매년 추가로 쌓이는 세수 효과를 보이는 순액법 세수 효과를 썼다. 일종의 증세가 된다"며 "순수한 세수 증가는 2.3조원이고, 그중에 2.2조원, 즉 93%가 종부세"라고 꼬집었습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은 "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면 주택 보유자가 처분을 매물 잠김이 나타날 수 있지만 종부세 부담 강화는 보유비용 증가로 매도를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두 제도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상충된 정책 신호가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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