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이재명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통상 영토 확대에 속도를 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농축수산업계의 반발과 회원국 승인, 국회 비준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통상지형 변화에 CPTPP 본격 검토
김 장관은 4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인 '키우고·넓히고·다지고' 가운데 '넓히고' 전략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며 농업계·국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의사도 밝혔습니다.
CPTPP는 지난 2018년 3월8일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나머지 11개국이 일부 수정·계승해 출범했으며, 현재는 영국이 합류해 일본, 호주, 캐나다 등 모두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대형 경제권입니다.
김 장관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과의 협력 네트워크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유럽연합(EU)과는 우리 기업이 처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동과는 전쟁 이후 고부가 플랜트 수주 등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인도와는 각각 한중 FTA 후속 협상 타결과 인도 내 한국 기업 전용 산단 조성을 추진하고, 미국과는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핵심광물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남미 국가와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김 장관은 최근 남미 순방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부 업무를 위해 순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에 맞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통상 협력 다변화에 나서는 가운데 CPTPP 가입 검토에 나선 배경에는 멕시코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의 교역 확대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CPTPP 회원국 가운데 일본, 멕시코와는 아직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이후 글로벌 통상 환경이 자유무역에서 자국우선주의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통상 네트워크 확보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멕시코는 올해부터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철강·자동차·가전 등 1463개 품목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4월 발표한 '최근 멕시코의 최혜국대우 관세 인상 조치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 폭은 한국이 0.03%로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농산물 넘어 절차도 '험로'
CPTPP 가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가입국 간에는 농수산물과 공산품의 관세가 대부분 철폐되고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도 완화됩니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은 물론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논란,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과 국회 비준 동의 등 가입 절차가 주요 변수로 꼽힙니다.
과거에도 CPTPP 가입 논의는 이어졌지만 농축수산업계 반발 등으로 실제 가입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가입 추진이 본격화했고, 윤석열정부에서도 검토가 이어졌지만 최종적으로 가입 신청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은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이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평균 관세 철폐율이 96.3%로, 우리나라가 기존 FTA에서 합의한 농업 부문 평균 관세 철폐율(72.0%)보다 훨씬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가입 후 15년간 농업 분야는 연평균 853억~4400억원, 수산업은 69억~724억원의 생산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농어업계는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며 삭발과 집회 등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통상 협정 체결의 필수 절차인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가입 논의도 사실상 멈춰 섰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2023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수산물 시장 개방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고, CPTPP 가입 논의 역시 동력을 잃었습니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로 CPTPP 가입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를 비롯해 농축수산업계 반발,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과 국회 비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아 실제 가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부, 지재처, 기후부, 원안위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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