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개편)"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른다"…세제개편 발표에도 현장은 '덤덤'
강남·서초 상급지 "문 정부 때도 겪은 일"
마포·노원은 대출 규제로 거래 0건 '실종'
수요자·세입자 "갈아타기, 내집마련 미뤄"
2026-08-03 18:05:00 2026-08-03 18:05:00
서울 강남구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집주인이 직접 전화와서 매도 문의를 하지는 않는다. 상급지는 과거 문재인정부 당시 세제개편을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크다. 당시에도 종부세를 올리며 세제로 집값을 잡으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집값은 올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서초구 방배동 소재 A공인중개소 관계자)
 
부동산 세금을 강화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3일 상급지로 분류되는 강남·서초·송파 현장은 담담한 표정이었습니다. 이날 방문한 서초구 방배동 소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급지 주민들은 뒤늦게 틀어막기식 법안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라며 "과거 양도세 중과 유예 당시에도 아파트가 아닌 빌라 위주의 매도였고, 그마저도 팔리면 팔리고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종부세는 강화하고 양도세는 실거주자에 유리하게 바꾸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종부세 1주택자 과세 기준(공시가 14억원)은 그대로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에서 70~80%까지 오르고 6억~12억원 구간 세율도 1.0%에서 1.3%로 인상됩니다.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늘어 세금이 한 번에 크게 뛸 수 있습니다.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도 2027년 800만원, 2028년 이후 600만원으로 상한이 생깁니다.
 
양도세는 실거주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됐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보유'에서 '거주' 기준으로 바뀌면서 1주택자는 최대 80%까지 공제받고, 10년 이상 거주자 기본공제도 연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다주택자는 규제와 완화가 동시에 적용됩니다. 일시적 2주택 특례기간은 3년→2년으로 짧아지고 매입임대 혜택은 단계적 폐지 되고,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2주택은 20%포인트→5~10%포인트, 3주택 이상 30%포인트→10~15%포인트로 한시적 완화했습니다.
 
중급지 '거래절벽', 상급지 '무덤덤'
 
정부가 종부세·양도세에 대한 전방위 상향 조정에 나섰지만, 현장 분위기는 덤덤합니다. 상급지는 과거 학습효과로 이미 '부동산 세금이 오르는 것보다 집값 오르는 폭이 더 높고, 정권도 유한하다'는 분위기가 읽혔습니다. 서초구 서초구 소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처음 종부세 대상이 된 사람들 정도일 것"이라며 "솔직히 강남 30평에서 40평대 주민들은 대한민국 상위 1%가 아니냐. 사실상 충격이 없다고 보면 되고, 세금이 나가는 것보다는 주택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급지도 세제개편에는 무딘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포구 마포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문의가 한 건도 없다"며 "원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비수기라 더 조용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다음주 지나봐야 알겠지만 마포 같은 중급지는 세제개편안 때문에 매물이 나오거나 상담이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히려 대출 규제 때문에 가격은 오르고 거래는 안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마포구 공덕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긴 대출을 끼고서라도 가치가 높은 집을 사려는 실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세금보다는 대출이 안 나와서 거래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강남·서초·송파는 현금거래만 가능하고, 중급지역 풍선효과로 공시가격 14억원 아래인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은 그나마 거래가 되는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수요 지역도 중급지와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E공인중개소는 "양도세 유예 때는 2주택 집주인 연락이 종종 왔었지만, 여기는 세제개편 영향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만 "전세 매물이 싹 들어가서 거래는 뚝 끊기도, 대출이 없으니 갈아타기 수요도 없다"며 "비수기라지만 이렇게까지 거래가 없는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갈아타기·내집마련 언감생심
 
실수요자와 전세 세입자는 세제개편의 간접 영향권에서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1주택자 F씨(30대)는 "사실 마포구에 살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생애 첫 보금자리를 이곳으로 잡았다"며 "문제는 지금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금 규제가 높아지니까, 수도권 외곽에서 전세를 살면서 돈을 모을까도 생각했는데 비거주에 대한 부담을 높여버려 안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도 그냥 서민인데 갈아타기의 벽이 훨씬 높아졌다"는 상황을 털어놓았습니다. 
 
실수요자는 물론 전세 세입자도 집값이 급하게 올랐다며 울상입니다. 동안구 평촌동에 전세로 거주 중인 G씨(40대)는 최근 내 집 마련을 또 한 번 미뤘습니다. 그는 "세제개편안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비거주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연쇄 효과로 전세가 줄고 매물은 오르더라"며 "이번에 집을 좀 사볼까 했는데, 살 만한 집은 1억~2억원씩 우습게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을 한 번 더 미루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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