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명분 삼아 '노동 우클릭'…집권 2년차 '역주행'
주 52시간·기간제 연장 등 노동 특례 검토
정부 "확정안 아니다"…노동계 "노동권 후퇴"
2026-08-02 17:56:04 2026-08-02 18:00:24
[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 규제 특례를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등이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노동계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권 강화를 주요 정책 기조로 내세워온 이재명정부가 집권 2년 차 들어 기업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무게를 싣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첨단산업 경쟁력 앞세운 '노동 특례'
 
2일 국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달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메가특구특별법 추진 방향을 보고했습니다. 보고에는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를 대상으로 주 52시간제 규제를 완화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대신 일반 수당을 지급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방안이 담겼습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됐습니다.
 
메가특구특별법은 산업통상부와 국무조정실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법안입니다. 이번 검토안은 그간 경영계가 요구해 온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는데요.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468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50.6%가 연구개발 인력 근로시간 유연화를 가장 필요한 메가특구 특례로 꼽았습니다. 또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탄력·선택근로제 확대 등이 주요 요구 사항으로 제시됐습니다.
 
관계부처 '검토 단계' 선 긋기
 
다만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메가특구특별법 관련 논의를 계속 이어왔고 현재 막바지 단계"라면서도 "경영계·노동계와 계속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요청에 따라 기노위에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실태 파악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요청받아 추진하는 과정은 아니며, 다양한 상황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관련 자료 제출 시기 등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동권 희생해 경쟁력 못 키워"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각각 성명을 내고 노동 규제 완화 추진을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메가특구가 노동 규제 완화의 실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특정 지역에서 노동 특례를 먼저 시행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노총도 첨단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노동 기준을 후퇴시키는 시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과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등이 노동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현행 제도만으로도 연구개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노동 규제 완화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 52시간제 완화를) 허용하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이나 국가 경제를 저하하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주 52시간이란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노동자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에 무리가 오지 않는 선이 52시간이고 탄력적 노동시간 적용제도 있다"며 "노동 규제를 해석할 때 '엄격한 규제'가 아닌 '최대 허용 가능한 선'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 역시 "선택적 근로시간 제도의 정산 기간을 3개월로 연장한 연구개발 특례 등 현행 제도만으로도 연구개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며 "주 52시간 제도 자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보수적인 수준인데, 특구라는 명분으로 추가 특례를 두려는 것은 과도한 접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13일 오후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선정된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 군 공항에서 전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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