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경찰 윗선' 향하는 검찰 수사…장윤기 사건이 남긴 '형소법 개정안' 그늘
검찰 "경찰 윗선, 장윤기 부친 경찰인 것 함구" 녹취 확보
경찰 수사팀 '케이블타이' 인멸 정황…'조직적 은폐' 논란
당정 '보완수사권 폐지' 검찰개혁 방안 관해 우려도 제기
시민주도 형소법 개정안엔 '경찰 수사' 견제 장치 역부족
2026-07-08 16:23:30 2026-07-08 17:10:50
[뉴스토마토 김백겸·강예슬 기자]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를 놓고 벌어진 경찰의 조직적 축소·은폐 의혹이 경찰과 법조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장윤기 사건을 담당한 경찰 측 단순 실무선을 넘어 '윗선'까지 정조준해서입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히 개별 경찰의 일탈·비위 문제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가 수사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 나아가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보완수사권 폐지'로 입장을 정하고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에 관해 커다란 물음표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검찰, 장윤기 사건 '윗선 개입' 정조준…수사 확대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윤기 사건에 관한 검찰 수사는 증거인멸 의혹의 중심에 선 당시 수사팀장 A경감뿐 아니라 경찰 조직 전반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에 관해 상부의 개입 가능성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광주 여고생을 강간 목적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씨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지검은 지난 7일 A경감을 비롯해 광산경찰서 수사팀, 장윤기 친부이자 현역 경찰인 장모 경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조직적 은폐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특히 검찰은 압수한 장 경감의 휴대전화에서 광산서 수사팀원이 "윗선에서 장윤기 부친이 경찰인 것을 함구하라고 했다"고 발언한 녹취록을 확보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다른 수사팀원 간 통화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대화가 오간 걸로 알려지면서 윗선의 개입 아래 장윤기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또 A경감이 장윤기의 차량에 있던 케이블타이를 수사팀이 고의로 인멸하는 과정에 팀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도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문제의 케이블타이는 신체 결박 도구이자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분류됩니다. 
 
이에 검찰은 수사팀장인 A경감과 수사팀원, 사건을 지휘한 '윗선'까지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수사할 방침입니다. 경찰 역시 윗선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7일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원 등 총 6명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등 직무에서 배제했습니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다각도로 수사해 의혹을 해소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윤기 사건, 검찰개혁 방향 '불신'으로 불똥 튀어 
 
문제는 장윤기 사건에 관해 경찰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구체화되면서, 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안팎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당정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고, 관련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국회에 맡겨진 상태입니다.
 
향후 논의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시민 주도 형소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검찰청 폐지로 경찰의 수사 권한은 대폭 확대될 걸로 예상되는 반면, 형소법 개정안에선 경찰 수사의 남용을 막을 실효성 있는 견제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윤기 살인 사건과 경찰 부실수사 등을 수사하는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지난 7일 오후 광주광산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 주도 형소법 개정안'도 제도적 한계 지적돼
 
김용민 의원의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는 때 공소청장이 해당 수사기관 장에 사법경찰관의 직무 배제 또는 교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수사관서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생길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에 관한 민원이 이유 있다고 판단될 때, 수사인권보호관(개방직)이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 방식 변경, 수사관 교체 등을 권고하거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이런 해법들은 장윤기 사건처럼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경찰이 송부한 기록만 보고 보완수사 요구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사인권보호관 역시 수사권 남용에 대한 민원을 받거나, 해당 사실을 인지해야 수사에 관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원 수사기관 아닌 수사 주체 분리 등 대책 필요"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부정이나 비위, 조작, 은폐가 있는 경우 보완수사 요구로 실체 드러날 수도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원 수사기관이 아닌 다른 수사기관, 혹은 상급 관청 등 수사 주체를 바꿔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의 고의적인 사건 은폐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에서 내놓은 형소법 개정안을 보면 고소인, 고발인 등 피해자 측이 검사에 면담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형소법 개정안에 넣자고 했는데,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사에 직접 수사권은 주지 않되,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 문제의식을 느낀 피해자 측의 목소리가 검찰에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두자는 취지입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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