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앞으로 채무자가 보유한 코인을 압류해 현금화하는 절차가 명확해집니다. 대법원이 가상자산 압류부터 이전·매각·현금화까지 민사 집행 절차를 구체화하면서, 가상자산이 일반 재산처럼 강제집행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은 커지고 계정 동결과 자산 이전·매각을 지원해야 하는 거래소의 역할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의 '민사집행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개정안은 채무자가 보유한 가상자산과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이전 청구권의 집행 절차를 규정했습니다. 법원이 압류를 명하면 거래소는 채무자의 자산 처분을 제한하고 해당 가상자산을 집행관에게 이전해야 합니다.
집행관은 거래소에 전용 계정을 개설해 가상자산을 직접 팔거나 거래소에 매각을 위탁할 수 있습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교환한 뒤 처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채무자가 소송 과정에서 가상자산을 개인지갑 등으로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한 가압류와 처분금지 가처분 절차도 마련됩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존 거래소에 대한 가상자산 이전 청구권을 압류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가상자산 자체를 직접 압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기존에는 가상자산 자체가 아니라 거래소에 대한 이전 청구권을 압류하는 방식이었다"며 "가상자산 자체를 압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기존 판례보다 진일보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가상자산을 동산처럼 직접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에서, 재산적 지위가 한층 구체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래소는 계정 동결과 자산 이전·매각 등 민사 집행 과정에서 맡는 역할이 커질 전망입니다. 다만 새로운 규제로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기보다, 그동안 불분명했던 처리 기준이 마련된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환수 대상에 포함되는지부터 해석해야 했던 상황에서, 기준이 명확해지면 오히려 실무에 투입되는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며 "규제라기보다 기준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거래량이 적은 가상자산을 비트코인 등으로 교환하는 절차는 실제 거래소 환경에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압류 자산의 처분 주체는 집행 기관이고 거래소는 절차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라며 "(거래소에서) 저유동성 코인을 비트코인으로 직접 교환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매각 시점과 방식에 대한 기준도 필요합니다. 같은 가상자산이더라도 집행관이 언제 매도하느냐에 따라 채권자가 돌려받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변호사는 "공개 시장에서 언제 매각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며 "법원이 기준을 정하고 집행관들이 이에 따라 일관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개인지갑이나 해외 거래소에 보관된 가상자산은 여전히 실제 집행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지갑은 지갑 주소와 개인키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전이 어렵고, 해외 거래소 자산은 국내 법원 명령에 현지 사업자가 협조해야 실제 압류와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다음 달 1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 개정 규칙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가상자산의 민사집행 절차는 한층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저유동성 자산의 매각 기준과 개인지갑·해외 거래소 집행 등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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