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 3곳의 동시 인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전문 런오프 보험사 진출을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반면, 인수 이후 조 단위 자본 확충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그룹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왼쪽부터) 예금보험공사,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사옥. (사진=각 사, ChatGPT 합성)
예별·롯데·KDB 일괄 인수 검토 '승부수'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투금융은 예별손보에 이어 롯데손보, KDB생명까지 시장에 나온 보험 매물 3곳의 인수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험사 3곳이 한 시기에 매물로 나온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한투금융이 모두 인수 대상으로 올려놓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투금융은 최근 신한금융지주 참전으로 주목을 받은 롯데손보와 관련해 매각 주간사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손보는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험계약마진(CSM)을 보유해 사업적 측면에서 외형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예비입찰 성격의 비공개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장정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안진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는 구속력이 없는 가격 제안(논바인딩 오퍼)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투금융은 앞서 지난 4월 진행된 예별손보 본입찰에서 유일하게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재입찰은 이달 30일 마감되며, 추가 원매자가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할 경우 오는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입니다.
KDB생명 인수전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투금융은 이달 초 예비입찰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과 태광그룹(흥국생명) 등도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산업은행은 적격성 심사를 거쳐 숏리스트를 확정한 뒤 이르면 8월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에서는 한투금융의 연쇄 인수 검토를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새로운 보험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부실 보험사를 인수하는 대신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내 첫 전문 런오프(계약이전) 보험사나 재보험 관련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패키지 전략'이라는 관측입니다. 김남구 한투금융 회장이 공개적으로 보험업 진출 의지를 밝혀온 만큼, 차별화된 보험 라이선스를 확보해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재보험은 원수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위험을 분산해주는 특수 보험업입니다. 런오프는 보험계약 전체를 이전받아 계약 관리와 자산·부채를 함께 운용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현재 국내 전업 재보험사는 코리안리가 유일하며, 전문 런오프 보험사는 아직 없는데요. 업계에서는 한투금융이 선제적으로 전문 런오프 사업을 구축할 경우 새로운 보험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DB생명과 예별손보는 각각 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하는 만큼, 거래 성사를 위한 사후 자금 지원이나 신주 투자 등이 병행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인수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전문 런오프 보험사 출범을 전제로 할 경우 초기부터 다양한 부실 계약을 확보해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수 후 '조 단위' 증자 부담…건전성 시험대
인수 대상 3곳 모두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힙니다. 인수 대금 외에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추가 증자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 실제 투자 부담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올해 1분기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131.9%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가까스로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유일하게 적용 중인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예외모형을 제외하고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킥스 비율은 113.7%까지 하락합니다.
여기에 2027년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중심 규제를 적용하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21.4%로 규제 기준인 50%를 크게 밑돕니다. 실제 신한금융도 이러한 재무 부담을 근거로 매도 측에 구주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DB생명 역시 사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1분기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비율은 186.1%로 전분기보다 19.6% 하락했습니다.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지급여력비율은 74.5%에 불과해 보험업법 기준인 100%에도 미달합니다. 기본자본비율도 경과조치 적용 시 41.9%, 미적용 시에는 -25.2%까지 떨어집니다.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로 적자 전환한 만큼 자체적인 건전성 회복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예별손보도 자본잠식과 보험계약 부실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지난해 예상손해율은 99.45%였지만 실제 손해율은 103.77%로 예실차가 4.32%포인트까지 확대됐습니다. 1분기 기준 자산은 3조5494억원, 부채는 4조368억원으로 자본총계는 -4874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인수자는 인수 대금뿐만 아니라 기본자본 확충, 보험영업 정상화, 자산·부채관리(ALM) 체계 개선 등을 위한 대규모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인수전에 참여해 실사를 진행한 원매자들은 정부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인수 이후 부담해야 할 증자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투금융의 연쇄 인수 구상이 오히려 지주 차원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금융당국은 특정 금융그룹에 부실 보험자산이 집중되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매각 전략 역시 복잡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업계에서는 한 곳에 몰아 매각하기보다 자본 여력이 있는 복수의 인수자에게 분산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전문 런오프나 재보험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결국 핵심은 인수 이후 감당해야 할 자본 확충 규모"라며 "매각 성사 자체보다 안정적인 자본 확충과 보험계약 정상화가 가능하냐가 관건이며, 금융당국도 시장 안정과 인수자의 재무 부담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사옥.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