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한우 생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 곡물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과 수입 원료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사료비만 낮출 뿐만 아니라 등급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원장은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 확산과 고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축산과학원이 전국 16개 시군 42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한 결과, 출하월령은 기존 30.9개월에서 28.5개월로 2.4개월 단축됐습니다. 사료비는 11.3% 절감됐습니다.
반면 육질 1+ 등급 이상 출현율은 65.6%에서 72.4%로 상승했습니다. 농가 소득도 41.6% 증가하는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게 축산과학원 측의 설명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 확산과 고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국립축산과학원)
특히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는 전국 9개 ‘기술 전수 거점농장’의 실증성과를 보면, 거점농장의 두당 평균 사료비는 296만원으로 전국 평균(411만원)보다 28% 저렴했습니다. 최고 등급인 1++ 출현율은 65.3%를 기록해 전국 평균(39.1%)을 26.2%포인트 웃돌았습니다.
예컨대 충북 청주의 홍도농장 사례를 보면, 자가 TMR 도입 후 사료비는 26.7% 줄인 대신 1++ 등급 출현율을 37.5%에서 61.2%로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한우 가격을 결정하는 직관적 정량 지표인 도체중이 약 7.2% 감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생리적 성장 곡선에 따른 현상”이라며 “대신 1++ 육질 등급 출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실제 소 도체 판매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사료비가 대폭 절감돼 전체적인 수익 효율성은 훨씬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9개월의 사육 기간 단축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농업 정책의 탄소 저감 효과와 부합할 뿐만 아니라 농가의 2개월 치 고정 시설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절감하는 보이지 않는 실익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초기 시설 투자 부담과 관련해서도 농가가 공동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제조시설을 공유하는 ‘자가 TMR 공동 제조 모델(안)’을 핵심 카드로 제시했습니다. 가령 100두 규모의 농가가 자가 사료 설비를 구축하려면 배합기와 급이기 등을 포함해 약 1억원 내외의 초기 비용이 듭니다. 5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의 경우 단독 기계 도입은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기술 진입장벽이 존재해왔습니다.
조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원장은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 확산과 고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통상 단독 투자 시 비용 회수에 2.6개월에서 4년이 소요되지만 공동 제조 모델을 적용하면 초기 투자비 분산이 가능합니다. 윤호백 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장은 “100두 미만 농가들을 위해 시중의 저렴한 소규모 배합기 보급을 확대하고 2~3개 농가가 영농법인 등을 구성해 고정형 배합기 1대를 공동 활용하는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공동 제조를 통해 법인 등록을 하고 사료를 생산할 경우 제도적인 사료제조업 정기 품질·안전성 검사를 받게 된다. 질병 원인 차단과 영양 균일성 확보 측면에서도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용민 원장은 “자가 TMR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섬유질을 한꺼번에 섞어 소가 편식하지 않고 고르게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는 ‘비빔밥 사료’와 같다”며 “규격화된 시판 사료와 달리 농가 실정에 맞춘 정밀 영양 관리가 가능해 비용 효율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거점 농장 실증을 통해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농가의 도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공동 제조 모델과 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농가 여건에 맞는 기술 개발과 보급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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