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28조원 규모로 커진 온라인 음식 서비스 시장에서 소상공인 부담 완화 논의가 수수료율을 넘어 광고비와 배달비, 특정 앱 의존도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음식점의 매출과 리뷰·평점이 특정 배달앱에 묶이면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실제 부담 완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중소기업학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김원이·정진욱 민주당 의원과 한국중소기업학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학계와 정부, 소상공인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박경민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은 “배달 플랫폼 문제를 수수료 논쟁이나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 대립 구도로만 볼 수 없다”며 “협상이 작동할 수 있는 정보·제도 기반을 정비하는 일이 오늘 우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도 “혁신과 상생을 어떻게 함께 실현할 것인가는 우리 경제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발제에서는 배달앱 거래 구조를 일반 온라인 플랫폼과 다르게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은 소비자의 주문과 음식점의 조리, 라이더의 이동이 특정 시간대와 지역 안에서 동시에 맞물리는 서비스”라며 “중개수수료율만으로 입점 업체 부담을 판단하기 어렵고, 광고비와 배달비, 프로모션 비용까지 포함한 전체 비용 구조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플랫폼 규제 논의에서는 거래 조건의 투명성과 불공정행위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전 교수는 “가격경쟁 금지 조항과 끼워팔기 등이 입점 업체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배달앱 의존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박 회장은 KCD·캐시노트 자료를 바탕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9개월간 수도권 음식점 1만3098곳을 월 매출 기준 소형·중형·대형으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소형 음식점은 배달앱 매출이 늘어도 광고비와 배달비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고, 중형 음식점은 대형 업체처럼 플랫폼과 거래 조건을 협의할 힘이 부족해 더 취약한 구간으로 제시됐습니다.
배달앱 시장에서는 소수 앱에 거래가 몰리고 개별 음식점 매출도 특정 앱에 집중되는 ‘이중 집중’ 문제도 확인됐습니다. 발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 집중도는 0~1 기준 약 0.4 수준이었고, 개별 음식점의 특정 앱 의존도는 평균 0.76으로 조사됐습니다. 박 회장은 “광고비와 배달비를 포함한 총부담 구조를 공개하고, 리뷰·평점·주문 이력 등을 다른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에서는 플랫폼이 단순 중개 서비스를 넘어 거래 조건과 노출 방식, 데이터 접근성을 좌우하는 시장 운영 주체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달 플랫폼 문제는 수수료의 높고 낮음만의 문제가 아니라 협상력 비대칭과 시장 집중 구조의 문제”라며 “거래 조건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앱 시장의 거래 관행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선중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자율규제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거래 관행에 대해 조만간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가격경쟁 금지 조항과 끼워팔기 등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플랫폼 이용 업체 보호와 상생협력 우수 플랫폼 우대 등을 담은 제도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은청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국장은 “배달앱 3사 체감도 조사에서 입점 업체가 평가한 상생협력 수준 점수가 49점 정도로 나왔다”며 “일반적인 협력업체가 거래 대기업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와 플랫폼 입점 업체가 느끼는 만족도 사이에 격차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국장은 “배달 플랫폼들은 아직까지 동반성장 평가에 동의한 적이 없어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평가 근거를 만들어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해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과 입점 업체와의 상생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기부는 플랫폼 이용 업체 보호와 상생협력 우수 플랫폼 우대 등을 담은 플랫폼 이용 업체 상생협력 제도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공 배달앱 활성화 방안도 연내 마련됩니다. 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음식 배달 시장은 2020년 17조4000억원에서 2024년 약 38조9000억원으로 커졌고, 같은 기간 배달앱 이용 업체 비중도 19.9%에서 31.7%로 높아졌습니다. 한때 28개까지 늘었던 공공 배달앱은 사업성 부족 등으로 현재 12개만 운영 중입니다.
이 국장은 “공공 배달앱은 낮은 수수료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우수한 식당 입점과 이용 편의성, 빠른 배달, 가격 경쟁력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기부는 공공 배달앱과 지자체, 소상공인 의견을 수렴해 연내 ‘공공 배달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진단과 처방’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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