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조작기소 의혹과 투표지 부족 사태 등으로 잇따라 특검 출범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선 검찰청은 심각한 인력 부족에 따른 마비 위기에 몰렸습니다. 특검 인력은 모두 일선 검찰청에서 '돌려막기'로 충당되는 구조인데,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사 이탈까지 가속화하면서 현장의 공백이 한계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9일 출범했습니다. 총 27명 규모(검찰 12명·경찰 15명)로 구성됐고, 검찰에선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형원)가 전원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합수본 출범 이전부터 특검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보다 특검이 우선이고, 특검보다 재선거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도 8일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필요한 것은 다 하겠다"며 특검 수용 의사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김민석 총리 역시 지난 5일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작기소 특검도 현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특검에 힘을 실으며, 출범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 잘못이면 (공소를) 취소하고, 잘못 안 됐으면 냅두면 된다"고 했습니다. 국회 주도 입법을 사실상 독려한 뉘앙스입니다. 이재명정부 들어선 이미 5개 특검이 출범하거나 가동됐습니다. △내란특검 △김건희특검 △채해병특검 △관봉권·쿠팡특검 △2차 종합특검 등입니다. 여기에 조작기소 특검까지 더해지면 '6특검 시대'가 열리는 셈입니다.
지난 5월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뉴시스)
가장 큰 걸림돌은 특검 인력을 메워야 하는 일선 검찰청의 고충입니다. 5개 특검이 연이어 출범한 탓에 지금도 수십 명의 검사가 일선청을 떠나 있는 상태입니다. 종합특검의 경우 파견검사 정원인 15명을 채우지 못해 법무부에 추가 파견을 요청했고, 지난 9일 2명을 더 지원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애초 종합특검이 요청했던 3명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2026년 2월 기준 전국 검사 현원은 2034명으로, 법정 정원인 2292명보다 259명이 부족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여기에 휴직·파견·연수 인원 395명까지 제외하면, 일선 현장에서 민생 사건을 처리하는 근무 검사는 무려 654명이나 모자란 셈입니다.
그나마 남은 인력도 빠르게 이탈하고 있습니다. 올해 경력 법관 임용에 지원한 검사 출신은 280여명입니다. 지난해(48명)의 약 5배에 달합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조기에 탈출구를 찾는 검사들이 급증한 탓입니다. 올해 1~3월 석 달간 퇴직한 검사만 58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연간 사직자(175명)의 3분의 1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인력 공백은 고스란히 사건 적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미제 사건은 2024년 6만4546건에서 2026년 2월 기준 12만1563건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만 해도 같은 기간 미제 사건이 6857건에서 9928건으로 45%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검이 늘수록 민생 수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셈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도 일선청에선 사실상 (업무가) 다운된 것들이 꽤 있다. 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투표용지 부족) 합수본 수사팀 검사들이 (특검이 생긴다면 특검에) 넘어갈 확률이 높다"며 "업무의 연속성도 있고 가장 잘 아는 분들이 투입돼야 신속하게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은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검찰청을 대체할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까지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 난립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새 기관 출범 준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법조계에서는 "지금 속도라면 간판만 달고 출범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특검 남발의 역설은 현장 노동 강도와 민생 수사 공백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정치검찰 견제를 명분으로 출범한 특검들이 오히려 일선 수사 공백을 키우고, 검찰 개혁의 연착륙마저 흔들고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특검이 늘수록 정작 민생과 직결된 사건들은 뒷전으로 밀린다"며 "이게 누구를 위한 수사 구조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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