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 해지 누락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운용배수 관리 수단으로 활용한 사실이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중기부는 중앙회가 실제보다 많은 보증 잔액을 유지해 정책당국이 설정한 출연요율 상향 조건을 충족시키려 했다고 판단하며 "정책당국 기만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5일 발간된 중기부 감사보고서에서 중앙회는 2022년 11월 전국 17개 지역신보 본부장을 소집해 '운용배수 대응 긴급회의'를 열고 보증 자동해지 기능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회의에서는 전산상 자동해지 기능을 중단하는 설정 방법까지 안내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기부는 이 같은 책임을 물어 당시 중앙회장에 대해 중징계 상당의 비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전직 회장은 법정 출연요율 상향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지역신보의 보증 해지 지체·중단을 유도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다만 이미 퇴임한 상태여서 실제 징계 대신 비위 사실을 인사 자료로 통보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시 중앙회가 보증 해지 누락 사실을 알고도 지역신보에 해지를 유예하도록 했다"며 "그 결과 실제보다 보증 잔액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됐고 관련 수치가 왜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보중앙회 임원으로서 성실 의무에 맞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해 징계 요구 조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보증 해지는 대출 원금이 상환되면 해당 금액만큼 보증을 해제하는 절차입니다. 보증이 해지되지 않으면 실제 채무는 줄어도 전산상 보증 잔액은 그대로 남게 됩니다.
중기부는 중앙회가 보증 해지 누락 문제를 바로잡기보다 운용배수 관리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중앙회는 2023년 지역신보 협의회에서도 "미해지 보증 금액을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지 처리를 최소화하라"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습니다.
감사 과정에서는 당시 중앙회장이 지역신보 이사장 총회에서 "운용배수는 우리 성적표"라며 "성적표를 통해 기본재산 출연 등을 받아낼 수 있다"고 발언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중기부는 이 같은 조치의 목적이 정책당국이 정한 출연요율 상향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법정 출연금은 지역신보 운용배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중앙회가 실제보다 큰 보증 잔액을 유지해 운용배수를 높게 산정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감사 결과 2024년 기준 중앙회가 관리 대상으로 파악한 미해지 보증 규모는 6155억원이었지만 실제 규모는 2조5340억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기부는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보증이 관리 대상에서 누락돼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증 잔액 왜곡은 재보증 한도 배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기부가 실제 미해지 보증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한 결과 과지급된 재보증 한도 규모는 총 9613억원에 달했습니다. 서울신보는 4359억원을 반환했어야 했지만 오히려 752억원을 추가 배정받았고, 경기신보 역시 1377억원을 반환했어야 했음에도 706억원을 추가 배정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대해 신보중앙회 측은 "당시 보증 해지 지체 및 중단 조치는 보증 운용배수 급락에 따른 출연요율 하락에 대응해 보증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 행정의 일환이었다"며 "일부 금융기관의 채무상환 통지 누락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중기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감사보고서는 일부 은행의 상환 통지 누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앙회가 보증 해지 누락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동해지 중단을 요청하고 이를 운용배수 관리 수단으로 활용한 이상 정책당국의 보증 규모 판단과 자금 배분을 왜곡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신보중앙회는 감사 지적 이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신보중앙회 관계자는 "금융회사 채무상환 통지 누락 건에 대한 해지 처리를 완료하고 통지 점검 프로세스를 마련했다"며 "채무상환 통지 기한 명확화를 위한 금융기관 약관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환급 보증료 환급 조치를 99% 이상 완료했으며 표준화 규정 배포와 내부 규정 정비를 통해 채무상환 기간의 부당 연장을 방지하는 조치를 마쳤다"며 "내부통제 기능 강화와 준법감시 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회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 체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사옥. 사진=신용보증재단중앙회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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