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지방 이전 추진 방향이 극명히 대비되고 있습니다. 격전지였던 부산에서 산은 이전에 회의적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전 추진 동력이 약화된 모양새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이 승리한 대구에서는 핵심 공약인 기은 대구 이전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재수 당선에 힘 빠진 산은 이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불 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설치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 과제가 있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산은 이전의 경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관련 논의는 사그라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정부 시절 대표적인 지역균형발전 정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됐지만 결국 법 개정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산은 노조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진 바 있습니다.
산은 이전은 부산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선거 당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산은 본사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추진과 함께 산은 이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전 당선인은 산은 이전보다 동남권투자공사 설립과 지역 산업 육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전 당선인은 산은 부산 이전이 이미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산은 이전에 대한 우선순위도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이미 한 차례 법 개정 무산을 겪은 데다 새 부산시장도 이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지 않았다"며 "당분간은 동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란은 오히려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사진=뉴시스)
추경호 당선에 살아난 기은 대구 이전 불씨
반면 기업은행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추경호 국민의힘 당선인을 비롯해 여야 모두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전 논의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관측입니다.
대구시는 다시 기은 유치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추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기은 이전을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라 지역 금융·산업 생태계 혁신의 핵심 과제로 규정했습니다. 대구 혁신도시에 위치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은의 정책금융 기능을 결합해 지역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습니다.
실제 대구시는 선거 이전부터 기은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기은 측에 대구가 전국 최대 수준의 중소기업 밀집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신용보증기금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설명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공공기관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 중 관련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다만 산은과 기은 이전 모두 법 개정이 선제돼야 합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산업은행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한데요. 현행 법에서는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산은 이전을 추진했지만 국회 다수당이던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관련 법안 처리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부산 이전 논의는 사실상 답보 상태에 있었습니다.
기은 본점 역시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구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실제로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4년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공약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지방 이전 공동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기은 이전 공약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직원들의 거주 이전 문제와 가족 생계, 자녀 교육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공약이라고 주장합니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정치권과 노사 간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이전은 단순히 건물을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 경쟁력과 인력 운영, 정책금융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선거 결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해도 법 개정과 노사 협의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해결해야만 실제 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산에서는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대구에서는 IBK기업은행 대구 이전이 핵심 공약으로 등장한 만큼 선거 이후에도 이전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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