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멈췄던 법정 시계가 6·3 지방선거 종료와 함께 다시 움직이게 됐습니다. 선거운동을 이유로 중단됐던 형사재판들이 일제히 다시 재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등은 사법 리스크가 정치적 운명까지 판가름할 걸로 보입니다.
5월5일 9회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밤 9시 기준) 법조계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 유정복 후보, 추경호 후보 등은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선거 기간 중 일부 조정됐던 법정 일정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오 후보 사건의 1심은 선거 이후 마무리 국면에 진입합니다. 오 후보는 이른바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오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오는 17일 결심공판을 진행키로 했습니다. 결심공판은 검찰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진술 등이 이뤄지는 절차입니다. 선거 직후 선고가 나올 예정인 만큼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걸로 전망됩니다. 오 후보는 현재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유 후보는 21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인천시청 공무원들을 동원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지난달 22일 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지만, 그는 선거운동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도 유 후보가 출석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공판기일 땐 피고인 출석이 원칙입니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확정 형량에 따라 당선 무효 여부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추 후보는 앞으로 주 1회 법정에 출석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추 후보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과 관련해 지방선거 이후 7월까지 매주 수요일 재판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추 후보는 선거가 끝난 일주일 뒤인 오는 10일부터 매주 재판에 출석할 전망입니다. 추 후보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자당 의원들을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당사로 집합케 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추 후보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선거 막판엔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에 대한 고발도 제기됐습니다. 민주당 공명선거본부는 본투표 직전인 지난 2일 '김 후보가 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 간 밀약설을 이야기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김 후보를 고발했습니다. 이 고발 사건이 수사로 이어질 경우 김 후보는 선거 이후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통령과 달리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없습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에 대해서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자체장은 선거에서 당선돼 직책을 유지하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재판 일정이 단체장 업무와 충돌할 경우 정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심적으로 정무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재판과 행정 일정이 겹치면 그만큼 행정 공백도 커지는 겁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선 직책 유지·상실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됩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도 일정 범죄로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에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잃으면 단체장직 유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장이 피선거권을 잃으면 그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명시했습니다. 지자체장이 궐위되거나 공소 제기 후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엔 부시장 등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해야 합니다.
앞서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2017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습니다. 박경귀 전 아산시장은 2024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500만원을 받고 당선 무효가 됐습니다. 이후 대전시와 아산시는 부단체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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