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은행 상품판도)③투자상품 판매 '몸사리기'…수수료보다 커진 책임
홍콩 ELS 후폭풍에 고난도 상품 판매 위축
판매 소요 시간 대비 수익 효율 떨어져 기피
2026-06-04 04:00:00 2026-06-04 04: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9일 22: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 투자상품 판매 지형이 바뀌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이후 고난도 파생결합상품 판매는 위축된 반면, 증시 활황을 타고 상장지수펀드(ETF)와 신탁·퇴직연금 채널을 통한 자산관리 수수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자이익 성장 둔화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은행권이 비이자수익 확대의 돌파구를 투자상품 판매에서 찾는 모습이다. 다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불완전판매 리스크 관리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IB토마토>는 이자이익 성장이 정책 압박으로 제약받는 상황에서 은행이 투자상품 판매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대처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모양새다. 수수료이익에 비해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지자 몸을 사리고 있는 셈이다. 수년간 반복돼 온 당국의 압박에 지형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은행권 투자상품 판매 지형이 바뀌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판매사가 떠안는 배상·제재 부담이 커진 데다,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판매를 둘러싼 민원까지 늘면서 영업점의 판매 유인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투자상품 판매는 비이자이익 확대의 주요 통로로 꼽혀왔지만, 현재 은행권은 수수료 수익보다 사후 책임과 내부통제 부담을 먼저 따지는 분위기다.
 
(사진=은행연합회)
 
불완전판매 반복…은행권 민원 감소에도 부담 여전
 
29일 금융감독원의 '2025년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등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민원은 12만8419건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반면 은행권 민원은 2만1596건으로 전년 대비 10.2% 감소했다.
 
다만 은행권 민원 감소를 소비자보호 리스크 완화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2024년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로 은행권 민원이 급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과 위험도, 손실 가능성 등에 필수적으로 고지해야 할 사항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펀드의 경우 출처가 불분명한 예측 자료를 투자자에게 제시하거나, 펀드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알고도 미리 알리지 않는다면 이 역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은행권은 이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디스커버리 펀드, 홍콩 H지수 ELS 등 굵직한 불완전판매 사태를 겪어왔다.

2019년 불거진 DLF 사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의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위반 논란으로 번졌다.

 

디스커버리 펀드사태도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미국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한 후 펀드가 부실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건이다. 현지 운용 자산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초 자산 회수가 어려워져 당시 환매 중단 규모가 2500억원에 달했다.
 
가장 최근에는 불거진 불완전판매 사례는 홍콩 H지수 ELS 사태다. 해당 펀드는 2021~2023년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에서 판매됐다.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원금이 손실되고, 은행은 피해액에 대한 보상을 떠안게 됐다. 당시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주요 은행 대표 사례에 대해 투자손실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한 바 있다.
 
제재 부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은행·증권사 과징금 규모는 한때 1조4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됐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에서 금감원의 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법리 보완이 필요하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최종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판매 효율성 저하…"굳이 팔 이유 없어"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행권 등 금융사들의 투자상품 판매에 대해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다. 금소법은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판매원칙을 금융상품 전반에 적용했다. DLF와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며 금융상품 판매 단계에서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결과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고객 보호보다 실적을 우선한 구조가 문제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펀드 등 주력 상품에 대한 판매액이 커질수록 KPI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 ELS 사태 이후에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규율도 강화됐다. 특히 최근 은행이 ETF판매를 통해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서자, 당국은 투자자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은행에서 특정금전신탁방식으로 ETF에 투자할 경우 일반 거래수수료 외에 신탁수수료와 중도해지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최근 일부 은행의 신탁부에 투자상품 판매 절차 개선 건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는 등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강화가 은행권의 투자상품 판매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판매 책임을 강하게 묻자 은행들은 굳이 적은 수익을 내려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1% 안팎의 수익을 내리기 위해 책임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소법 시행과 특정금융정보법까지 강화되면서 판매 전 심사부터 강화된 고객 확인(EDD) 등 부담 요소가 늘었기 때문이다. 영업점에서도 공격적으로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상품 설명에 걸리는 시간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은행권이 ELS 등의 상품을 출시하는 대신 예금과 ELD를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투자에는 자기책임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투자상품 판매 전략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 절차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일부 상품은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책임까지 과도하게 지는 상품을 굳이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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