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형상과 주요 특성.(사진=방위사업청)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7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을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참가 등록이 28일 오전 10시에 마감됩니다. 입찰 참가 등록을 마친 업체만 다음날(29일) 오전 10시까지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의 방산업체로 지정된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 두 업체 모두 등록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해군, 업계에서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깁니다. 앞서 최초 입찰공고에서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참가 등록을 포기하면서 유찰돼 재공고를 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공고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입찰에서는 규정상 대상 업체 가운데 한 곳만 등록하면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황이라 두 업체 모두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KDDX 사업 추진 과정을 돌아보면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2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일단 더 이상 지연 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두 업체 모두 입찰을 포기하거나 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제안서 평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음 달 말까지는 제안서 평가를 마치고 7월 중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입니다.
KDDX는 함체와 전투 체계 등을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급 구축함 건조 사업입니다. KDDX 전력화는 해군력의 핵심인 기동함대 완성과 직결됩니다. 특히 해군의 계획대로 기동함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2036년까지 6척의 KDDX가 모두 인도돼야 하지만 벌써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 상태입니다. 해군의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최대한 사업 기간을 단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HD현대중공업이 보인 모습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군 일각에서 나옵니다.
먼저 지난 2023년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기본설계 자료를 공유하지 말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옵니다. 1심 기각 이후 항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항고심 결과가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법조계에서는 KDDX의 소유권은 방사청에 있기 때문에 자료 공개는 전적으로 방사청의 재량이고, HD현대중공업이 영업비밀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결국 기각된 건에 대해 법원이 기존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최초 입찰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로 인해 사업이 한 차례 유찰됐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키려 한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과 방사청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제안서 작성 등 관련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게 HD현대중공업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사청 역시 업체가 제안서를 잘 작성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고, 이번 일로 인해 사업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기 전력화'를 명분으로 기본설계 노하우를 가진 자신들과의 수의계약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HD현대중공업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두 사례 모두 실효성은 떨어지지만 HD현대중공업의 지연 전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HD현대중공업은 왜 이럴까요. HD현대중공업에 부여될 보안 감점 때문이라는 게 군과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임직원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지난 2023년 추가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올해 12월6일까지 보안감점을 받게 됐습니다. 보안감점 부여 여부를 이날 해양정보함(AGX)-Ⅲ 기본설계 사업의 제안서 평가 결과와 함께 인지한 HD현대중공업이 이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KDDX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적이긴 하지만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12월6일까지 보안감점이 적용된다면 HD현대중공업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군 안팎에서는 결국 이렇게 된다면 KDDX 사업이 또다시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KDDX 사업 지연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해양방산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방사청과 업계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목소리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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