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올 상반기 글로벌 빅 이벤트 중 하나로 꼽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종료됐습니다. 2박3일의 방중 일정 동안 상대적으로 얌전한 모습을 연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에 오름과 동시에 봉인해제가 된 양, 특유의 거침없는 언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세간의 평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정도로 박합니다. 트럼프가 떠난 자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채웁니다. 글로벌 패권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무언의 신호가 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8년6개월만의 중국 방문이 종료된 이튿날, 중국 주요 일간지 1면은 중난하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으로 채워졌습니다. 중난하이는 옛 명·청 시대 황실의 정원으로, 지금은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무실과 거주 공간이 모여있는 '중국 권력의 심장부'로 통합니다.
중국 <인민일보> 16일자 지면 1면 모습. (사진=인민일보 PDF 캡처)
중국 <중국청년보> 16일자 지면 1면 모습. (사진=중국청년보 PDF 캡처)
전날 인민대회당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베이징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텐탄 공원'을 함께 거닐었던 두 사람은 중난하이에서 차담과 오찬을 진행했습니다. 차담 장소로 입장하기 전 나무가 우거진 정원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리지를 비롯한 유서 깊은 나무들을 소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이곳(중난하이)에 왔던 외국 정상들이 많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시 주석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는 모습이었는데요. 계속해서 미국의 역사만큼이나, 혹은 역사보다 오래된 나무들을 과시하듯 보여주는 시 주석의 태도에서는 명실공히 대국의 지위에 오른 중국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자화자찬 트럼프…차분한 중국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로 돌아가자마자 수 일간 조용했던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은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무려 30번에 가까운 게시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를 올리거나 이란에 대한 공격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글과 이미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셀프 홍보에도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란, 한반도 등 주요 국제 정세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도 확인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습니다.
최우선 과제로 꼽혔던 통상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 농산물의 대량 구매를 약속했다고 전해졌습니다. 다만,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 수출은 구체적인 언급 대신 '미국의 우려를 다룬다' 정도로만 서술됐습니다.
이 같은 내용들은 중국 정부의 발표로 보면 더욱 원론적 입장에 가깝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의 정례브리핑에서 양국의 농산물 관련 협력 사항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양국 정상의 중요 합의를 잘 이행하고 평등, 존중, 호혜원칙에 입각해 협력 청구서를 이어가겠다"고만 밝혔습니다. 희토류 문제 역시 "중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중국측 입장은 이미 발표한 내용을 참고해달라"고만 말을 아꼈습니다.
이란과 관련한 이슈에서는 백악관 발표와의 온도차가 더 크게 감지됐는데요.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중국이 동의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궈 대변인은 "이란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며 "이번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될 전쟁이며, 더 이상 진행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미국을 에둘러 저격했습니다. 그는 "조기에 출구를 찾는 것은 미국과 이란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중동 지역과 전세계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원유 수입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의 안정 유지를 바란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호르무즈해협과 중동 지역의 회복과 평화안정"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차 반복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되레 대만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하면서 "미국 대통령이 대만의 '4불' 원칙을 거론하면서 '대만 독립'을 경고했다"고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환구시보> 18일자 1면 모습. (사진=환구시보 PDF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이후 중국 언론의 시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오는 19~20일 양일간 중국을 국빈방문하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같은 달에 연거푸 중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중국 언론들은 올해가 '중러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 구축 30주년이자 '중러우호협력조약' 서명 25주년임을 강조하며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간의 노력 아래 협력을 끊임없이 심화하고 있으며, 풍성한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현재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개최 중인 '중러 박람회'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각각 축전을 보냈다는 사실도 부각하며, 양국의 신뢰와 협력,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 현안과 주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것"이라고 전해지는데요. 이란 전쟁에서 중국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지에 다시 한 번 전세계의 이목이 모아집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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