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이명신 기자] 삼성전자가 ‘성과급 갈등’으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총파업 위기를 맞은 가운데, 극단적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와 경영진이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정부는 노조 면담과 사후조정 절차 등 중재에 본격 나섰고, 경영진은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그간 꽉 막혀 있던 노사 교섭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됩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장을 관할하는 경기지방고용노동청의 김도형 청장은 이날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오는 21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중재를 통해 노사 협상 재개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날 면담 이후에는 사 측까지 포함한 노사정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노동당국은 사후조정 절차를 권고했고, 초기업노조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초기업노조는 “정부 측의 적극적인 의지와 거듭된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여 내부 검토를 거쳐 사후조정 절차에 응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사후조정은 기존 조정이 종료된 뒤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조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24년 7월 삼성전자 첫 파업 당시 중노위 사후조정을 거쳤던 전례가 있는 만큼 노동당국의 역할에 기대가 모입니다. 사후조정은 오는 11~12일 집중 진행될 예정입니다.
극단적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당부 메시지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사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조속히 성사시켜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고,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사 모두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사측 역시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투톱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사장은 전날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회사는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며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중재에 더해 사측이 협상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총파업을 빈틈없이 준비하겠다”는 강경 일변도의 노조와 회사가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됩니다. 특히 총파업을 두고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갈등에 따른 조직원 이탈 등 동력이 약화함에 따라 노조가 ‘교섭 재개’라는 출구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주변의 비판과 여러 우려를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진정성이 있으려면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해 연대하고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노사가 실제 교섭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이중 본격화하고 있는 ‘노노 갈등’은 가장 큰 암초로 꼽힙니다. DX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제3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이 최근 성과급에 대한 의견 마찰로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하며 노조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긴 가운데, 제2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동행노조가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각각 ‘협박성 발언’과 ‘의견 무시’ 등을 이유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복수노조 간 관계가 악화일로인 점은 부담입니다.
여기에 초기업노조가 DS 중심의 기존 교섭안을 고수하고 있어 DX 직원들의 성과급 차별 불만이 고조되는 점도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 앉기 전 선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와 관련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익의 배분은 직원 내부의 편차가 큰 것도 문제로 기업 전체와 부문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 울타리 안에서 공정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막대한 숫자에 가려졌지만, 이번 노사 갈등의 근본 원인이 결국 투명하지 않은 성과급 산정 체계에 있는 만큼, 노조가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자세를 회사가 보여줄지 역시 미지수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DS 부문 메모리 사업부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 3년 뒤 성과급 제도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초기업노조는 “사 측 제시안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진정성이 없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조합원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배덕훈·이명신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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