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이 AI 반도체와 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AI 메모리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등 AI 분야 공조를 강화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7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산업 협력 파트너십 강화 방안’ 컨퍼런스에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한미일 AI 벤처 생태계 및 AI 인프라 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개최한 ‘제6회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AI 생태계는 학습에서 추론으로 단순 성능 경쟁에서 전성비·가성비 경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일은 전성비 높은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해 컴퓨팅·에너지·냉각 관련 인프라 기술 공동연구개발 플랫폼 및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가성비 높은 AI 데이터센터 전용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센터, 이른바 ‘아시아판 아이멕(IMEC)을 공동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이멕은 벨기에가 프랑스, 네덜란드와 손잡고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입니다.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며, 유럽연합(EU)의 주요 대학과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이 가입돼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아이멕과 긴밀히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일 3국의 협력으로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나 ‘스타트업 공동 활용 AI 인프라 구축’ 등 분야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안홍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본부장은 “한국의 제조 데이터, 미국의 AI 모델·슈퍼컴퓨팅 자원, 일본의 로봇 제어 기술을 결합한 ‘3국 공동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구축을 검토할 만하다”며 “공동 실증 성과를 토대로 향후 중동·동남아·중남미 시장에 ‘AI 풀스택 패키지’로 수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세영 생성AI스타트업협회 회장(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은 “한국 AI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확장할때 미국 GPU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접근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3국이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AI 컴퓨팅 크레딧 프로그램과 공동 인프라 허브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충격에 따라 3국 간 에너지 공조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이 AI 수요 대응을 위한 LNG 수출 인프라 공동 투자를 통해 미국산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방안과 동북아 통합 LNG 허브 구축 등을 조언했습니다. 또한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는 “3국 공조는 생존의 문제”라며 “원자력 분야에서 미국의 원천기술, 일본의 정밀 부품과 금융, 한국의 시공·기자재 역량을 결합한 SMR 협력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서로 다른 규제를 줄이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SMR 패스트트랙’(신속 인허가 협력체계)을 제안했습니다.
에너지 협력을 더 큰 전략 틀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됐습니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정경대 학장(전 대통령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을 “에너지는 더 이상 상품이 아니라 국가 안보 최우선 전략자산으로 한국과 미국은 수요자-공급자 관계이자 기술 파트너로서 강한 상호보완성을 갖는다”며 “원유·가스·원전·전략비축유(SPR)·핵심광물뿐 아니라 해양에너지, 초크포인트(에너지 물류의 핵심 길목), 제3지역 공동 진출까지 협력 의제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이형희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SK 부회장),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 업계 전문가 및 기업인 등 12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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