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의 귀환, 그후)①(현장+)'전시'와 '복지' 사이…길 잃은 동물원
탈출 반복 속 동물원 필요성 논쟁 재점화
동물 복지 개선됐지만…‘전시’ 구조 여전
실내 동물원 더 열악…장난감 된 동물들
2026-04-21 14:47:00 2026-04-21 17:45:1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늑대 '늑구'의 탈출과 귀환은 우리에게 새삼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동물원은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탈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은 '동물복지'를 고민하기보다 동물을 가둬 보여주기만 하는 '전시 시설'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늑구의 귀환이 동물원을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보전과 교육, 복지의 공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동물원 현장을 점검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지난 8일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열흘 만에 생포돼 동물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특히 오월드는 지난 2018년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다가 4시간 만에 사살당한 사례까지 있어 동물원의 기능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늑구 귀환 뒤 논평을 내고 "늑구가 돌아온 동물원에는 또다시 호기심 어린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지만 이 관심이 유명 동물을 소비하는 단순한 재미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의 관심이 동물원의 존재 이유까지 바꾸게 만들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건 이런 맥락이기도 합니다.

늑구·세로가 던진 질문 "동물원은 왜 존재하는가"
 
<뉴스토마토>는 지난 16일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서울시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아 현장 모니터링에 동행했습니다. 어린이대공원은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상대적으로 동물복지에 신경 쓴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봄 날씨에 견학을 나온 유치원생 아이들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았습니다. 
 
좁고 낡은 사육장은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안내판에는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 동물원 재조성을 준비 중이며 이 과정에서 일부 동물들이 다른 시설 좋은 동물원으로 이동 중"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얼룩말 '세로'.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공영 동물원인 이곳 역시 동선은 관람객 중심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넓게 설계된 반면, 동물들은 정해진 울타리 안 좁은 구획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2023년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그랜트얼룩말 '세로'도 홀로 사육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얼룩말은 원래 무리 지어 사는 동물입니다. 한때 세로에게 짝을 만들어주겠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무리 생활을 하며 사회성이 강한 동물은 단지 개체수가 한 마리 늘어난다고 해서 외로움이 해소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새로 온 개체와 잘 지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합니다. 
 
맹수관에 있는 호랑이는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유리창 너머로 호랑이를 구경했습니다. 호랑이는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풀을 뜯어먹고 다시 눕기를 반복했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 대신 '동물 먹방 라이브쇼'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쓰던 ‘먹이 주입구’는 모두 막아놨습니다. 동물이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16일 어린이대공원을 방문한 어린이들이 호랑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안내판에는 동물의 습성이나 사는 곳, 분포 지역 등만 적혀 있을 뿐 이 동물들이 왜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은 "안내판엔 동물원의 목적이나 교육적 방향성이 잘 드러나면 좋을 것 같다"며 "생존의 위협을 겪고 서식지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시설이 왜 필요한지 등을 설명해야 진정한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익성 우선…동물 숨을 곳도 없는 '실내 동물원'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영 실내 동물원의 상황은 훨씬 심각했습니다. 이날 오후 방문한 부천의 한 실내 동물원인 플레이아쿠아리움엔 수족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유류가 함께 전시됐습니다. 해양생물은 물론 포유류는 자연채광과 생체리듬, 활동반경 등이 중요하지만 공간이 제한적인 실내에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2024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선 주행성 포유류(낮에 활동하는 동물)에게 햇빛을 주기적으로 쬐어주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시행 시기는 2028년까지 미뤄진 상황입니다. 
 
지난 16일 방문한 부천의 한 실내 동물원. 대형 수조의 물이 탁하다. (사진=뉴스토마토)
 
플레이아쿠아리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족관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대번에 관리가 부실해 보였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대형 수조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기름때가 끼어 있었고 부유물이 둥둥 떠다녔습니다. 그 앞에는 오리 6마리가 신발장처럼 좁은 공간에 배설물과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직접 물고기를 만져보는 체험 공간도 문제였습니다. 게나 물고기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등의 안내가 붙어 있었지만, 체험 공간은 생물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게끔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먹이 주기 체험 때문인지 잉어와 토끼는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구멍에 입을 갖다 대기 바빴습니다.
 
이곳은 과거 호랑이, 곰 등 맹수를 좁은 실내 공간에 전시해 비판을 받았던 장소입니다. 비판 끝에 해당 동물들은 이곳을 떠났지만, 그 자리에는 울프독 두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서로 종이 다른 가축을 합사를 해둔 전시 공간도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양과 당나귀 한 마리씩, 닭과 아기 돼지 여러 마리가 함께 있었습니다. 양은 당나귀를 피해 다니기 바빴고 돼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 팀장은 "이종 간의 합사는 주의를 기울여서 해야 하는데, 잠깐만 봐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보는 사람과 동물 누구도 즐겁지 않은 공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좁은 공간에 여러 동물을 욱여넣은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또 다른 공간의 훔볼트 펭귄 십수 마리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물속에서 좌우로 헤엄치며 유리벽에 몸을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호저 두 마리는 실내로 향하는 문을 계속 긁고 있었습니다. 호저가 반복적으로 긁은 탓에 철문은 하얗게 발톱 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동물들이 숨을 곳이 전혀 없었습니다. 은여우 두 마리가 있는 통유리창 안에는 몸을 숨길 조형물 하나 없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 팀장은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민영 동물원은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동물을 넣을 수밖에 없다"며 "공간 자체의 문제보다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동물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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