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신외감 3법의 실효성이 약화되면서 국내 회계투명성이 다시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가 국회에서 제기됐습니다. 제도 도입 당시 기대됐던 감사 독립성과 내부통제 강화 효과가 점차 약화되며 자본시장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과 한국회계학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외감 3법의 회복과 국가 회계투명성 순위 제고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김정택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학계·금융당국, 경영·법조계가 참석해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집중 점검했습니다.
김현정 의원은 인사말에서 "2018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을 통해 6+3 주기적 지정제도, 표준감사시간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강화 등 이른바 '신외감 3법'을 도입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되거나 일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본시장의 회계 제도 전반을 다시 차분히 점검하고, 제도 도입 취지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6+3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관련해 제도 도입 취지와 실제 운영 간 괴리를 짚었습니다. 손 교수는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장치로 도입됐으며, 감사인과 기업 간 장기 유착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최근 들어 지정제 적용 제외 범위가 확대되고, 기업 선택권이 다시 강화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지정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회계투명성을 떠받치는 구조적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운용 과정에서 예외가 누적되며 당초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상헌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표준감사시간제의 도입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표준감사시간 도입 이후 실제 감사시간이 증가하고 감사품질 개선 및 자기자본비용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근 제도 개편 과정에서 중견·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이유로 적용 배제나 일부 적용, 축소 적용 등의 유예 조치가 확대되면서 제도의 일관성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기업의 지배구조나 감사 효율성을 이유로 표준감사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점도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언급됐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표준감사시간이 지정감사와 결합될 경우에는 감사시간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만 자유수임 감사에서는 해당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표준감사시간 현실화 및 산정 방식 재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 발제자인 곽영민 울산대 회계학과 교수는 내부회계관리제도(ICFR)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습니다. 곽 교수는 한국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회계투명성 순위가 2016년 세계 61위에서 2021년 37위로 개선됐지만, 지난해 다시 60위로 추락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곽 교수는 ICFR이 인증 수준 강화 등 제도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점검 항목 충족에 치우치며 형식적 준수에 머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그는 감사위원회의 회계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지원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금융기관에 도입된 상설 내부통제위원회 의무화를 일반 기업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 ICFR 인증수준 단계별 상향 및 인센티브 등을 도입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현실적 개선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류성재 금융위원회 과장, 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강경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무,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양준권 한영회계법인 감사품질관리실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제도 운영상 고민, 기업 부담과 규제 수용성 문제, 감사 현장에서 나타나는 품질 저하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신외감 3법이 도입 초기에는 회계투명성 개선에 기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루프홀 확대와 규제 완화로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습니다. 특히 감사인의 독립성이 약화되고 가격 경쟁 중심의 감사 환경이 재형성된 점이 핵심 문제로 꼽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제도 유지나 부분적 보완만으로는 회계투명성 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감사제도 전반의 구조 개편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신외감 3법은 '도입'보다 '운영'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제도의 취지를 되살리고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회계투명성은 물론 자본시장 신뢰 역시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외감 3법의 회복과 국가 회계투명성 순위 제고'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현정 민주당 의원)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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