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파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채해병특검(이명헌 특별검사)이 항소했습니다.
지난해 10월12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서울 서초구 채해병특검 사무실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일 특검은 이씨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 재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2일 선고에서 이씨 휴대전화 파손해 폐기한 지인 차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차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손하도록 지시한 이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이씨와 차씨가 함께 휴대전화를 파손했고, 이에 따라 이씨는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럴 경우 이씨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증거인멸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는 논리입니다.
형법 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의 인멸·은닉·위조는 5년 이하 징역형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증거 인멸은 죄로 보지 않습니다. 방어권을 보장하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이 논리대로라면 누군가에게 시키기만 하면 교사죄가 되지만, 직접 손을 보태면 오히려 무죄가 된다"며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자들에게 황당한 범행의 지침을 제공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국민적 상식으로는 납득이 어렵다. 법 기술을 앞세운 면죄부에 불과하다"며 "이번 판결이 법과 상식의 괴리를 심화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선례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항소해 다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7월15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서 차씨에게 휴대전화 파손해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씨가 먼저 휴대전화를 땅에 던졌고, 이걸 차씨에게 건네 발로 짓밟게 한 뒤 한강공원 휴지통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특검은 이씨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에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특검은 지난해 11월 이씨와 차씨에게 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차씨 측도 지난 3일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약식명령은 경미한 형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공개 재판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벌금 등을 부과하는 신속한 재판 절차입니다. 검사의 구약식(약식기소) 청구로 시작되고, 피고인은 약식명령 송달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며 2022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모두 25차례에 걸쳐 이정필씨에게 8000만원 상당을 챙긴(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김건희특검에 구속기소 됐습니다. 그는 지난달 13일 징역 1년6개월과 7910만원의 추징을 선고받아 현재 미결수 상태에서 복역 중입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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