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한민국 재구성의 조건③ 서로 인정하는 남북관계 만들기
2026-04-07 06:00:00 2026-04-07 06:00:00
대북정책, 즉 대한민국의 북한 정책을 실용적으로 수정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남북한 통일 정책의 내용은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남북 대결의 시대에 탄생한 비현실적·정치선전적, 매우 이론적일 뿐이다. 3단계 통일 방안을 기본 축으로 해왔던 남한의 통일 정책도 상호교류·화해협력의 1단계 이후 남북연합과 통일한국 시대에 관한 한 실증적 조사와 실적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남북 관계는 같은 민족임을 강조하거나,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와 대결했던 단순 구조의 시대였다.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이면 정리되는 것이 기존의 남북 관계였다면, 이제는 남한과 북한이 보통국가로서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치적 예법을 찾을 때가 되었다. 
 
우선 북한의 변화와 현실을 제대로 보는 능력과 습관이 필요하다. 5년 주기로 개최된 금년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꽤 중요한 결정이 있었다. 정치국 상무위원 5인 체제에서 군부 인사를 전면 배제한 것은 군사모험주의보다 ‘계산된 핵 억제’ 기조를 지속하리라 예측하게 한다. 곳곳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것 또한 대중국 경협 못지않게 같은 맥락의 군사·외교 전략을 천명하는 것이다.
 
특히 54년 만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에서 사회주의를 삭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바꾼 것은 당국가 체제의 북한 정체(政體)에 큰 변화의 조짐이다. 물론 김일성 주석의 노동당 중심의 권력집중과 김정일 위원장의 헌법을 축으로 한 핵·경제 병진 정책을 모자이크한 것에 불과할 수 있지만 ‘보통국가’로의 방향 설정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항구적 노선으로 재확인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대한민국 북한 정책의 기조를 명확히 하되 수정할 것에는 과감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정 당시, 예민한 국토 분단과 통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남북 관계에 대한 국가 통치 규범으로의 정치적 결단이 생략되었다. 결국 분단과 통일 문제는 한국 헌정에서 국민적 합의 영역을 일탈해 갈등과 분열의 주범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반공국가 표방은 국방국가 강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정권의 장기 집권 이데올로기로 전환하였다. 
 
돌이켜보건대, 북한을 평화의 상대로 보기보다는 전쟁과 대결의 상대로만 간주했던 시대를 마감한 것은 7·4 남북공동성명 내지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같은 사이비 통일 정책이 아니라, 남북한 UN 동시 가입 결정이 진정한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정부(government) 간의 합의라고 한다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정상의 만남으로서 국가(state) 간의 회담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월2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9차 대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적대적’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놓을 수 있다면 ‘두 국가론’은 남한이 북한의 보통국가화를 요구하는 북한 정책과 같은 궤도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적대적 남북 관계를 선의의 경쟁 구도로 대전환하기 위해서는 햇볕정책·운전자론·페이스메이커론보다는 남북한 간 정상회담으로 바로 가는 것을 기획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본질적이다. 실용적인 이재명정부의 출범이 결코 싫지 않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적대적 두 국가론은 남한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북한 체제의 정상화가 지향점일 수 있다.
 
끝으로, 한국 안보 능력은 ①자주국방 ②한미 동맹 ③한중 우호 ④남한 친화적인 북한 주민의 정서를 포괄할 때 북한보다 강력해질 것이고, 북핵 현대화 운운해도 남북은 보통국가끼리의 관계로 재정립되어 갈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고 다양한 남북 교류 지원 정책을 쉼 없이 개발해야 ‘서로 인정하는 남북 관계’를 창출하고 비로소 불가역적인 대한민국 재구성의 조건이 완성된다 하겠다.
 
박상철 (사)미국헌법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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