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미국 소 조류독감, 넥스트 팩데믹의 서막?
포유류 간 전염 확산세
인간 감염은 시간 문제
2026-04-01 11:17:44 2026-04-01 13:35:25
미국 낙농가를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사태가 2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확산세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보건 당국과 과학계의 긴장감은 오히려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종의 벽’을 넘어 포유류 생태계에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조류 전용 질병이었던 H5N1은 최근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포유류로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 젖소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습니다. 소뿐만 아니라 농장 주변의 개와 고양이, 심지어 해안가의 바다사자 등 다양한 포유류군에서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포유류의 체내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다른 것을 뜻합니다.
 
원래 조류 전용 질병인 H5N1가 최근 포유류에게도 감염되고 있다. 미국 내 농장의 소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개와 고양이 등 포유류군에서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사진=USDA)
 
‘만약’이 아닌 ‘언제’의 문제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포유류 간 전염이 반복될수록 바이러스가 인간 사이에서도 쉽게 퍼질 수 있도록 최적화된 변이(Mutation)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합니다. 인간으로의 적응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가축과 접촉한 작업자들을 중심으로 인체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드물게는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어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인간 대규모 감염은 자극적인 예언이 아니라 과학적 통계에 근거한 예고된 위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보건 전문가들의 견해는 단호합니다. 현재의 상황은 바이러스가 인간 팬데믹으로 이어질지 말지를 고민하는 ‘만약의 사태(If)’ 단계가 아니라, 과연 그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를 대비해야 하는 ‘언제의 문제(When)’로 전환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인용하면서 현재의 소강상태는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계의 우려는 최근 확산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바이러스가 소와 소 사이, 혹은 농장 간에 정확히 어떤 경로로 전파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학적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2월 13일 위스콘신주 농장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 바이러스가 검출됐던 19개 주 중 16개 주에서는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낙관론을 경계하는 것은 캘리포니아주와 아이다호주의 일부 농장에서는 여전히 바이러스가 순환 중이며, 텍사스주 등 일부 지역은 검사 규정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해 잠재적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수백 마리의 소가 공유하는 ‘착유기’가 주범으로 지목됐습니다. 감염된 소의 유방염 증상과 우유 속 높은 바이러스 수치가 그 근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상황이 훨씬 복잡함을 시사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H5N1)의 확산 경로.(이미지=미국 CDC)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는 우선 공기 전파설로 캘리포니아 농장의 공기 샘플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으며, 2024년 말 발생한 ‘폭탄 사이클론’ 직후 인근 농장들이 동시에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바람을 통한 장거리 전파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매개체 전파설도 있는데, 파리가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감염된 황소의 정액, 혹은 오염된 폐우유를 송아지에게 먹이는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에모리 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시마 라크다왈라(Seema Lakdawala)는 “착유기가 주 원인이라면 소의 유방 네 구역이 동일하게 감염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특정 구역만 감염되는 등 일관성이 없다”며 착유기 단독 전파설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백신 개발 ‘희망’, 수용성 ‘숙제’
 
조류독감 바이러스 박멸을 위한 가장 강력한 카드는 백신입니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mRNA 백신은 임상 시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백신을 접종한 소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우유 생산량이 유지되었고, 우유 내 바이러스 수치도 1000배 이상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 도입까지는 산 넘어 산입니다. 가장 큰 것은 ‘수출 타격 우려’로 USDA는 가축의 백신 접종이 수출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승인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된 mRNA 기술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일부 주에서는 가축에 대한 mRNA 백신 사용 금지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강상태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뿌리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합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스콧 헨슬리(Scott Hensley) 교수는 mRNA 백신 등 차세대 방어수단의 신속한 도입을 촉구했으며, UC 데이비스의 에드워드 페레이라(Richard Pereira) 교수는 “지금 확산이 줄어든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유예 기간’일 뿐”이라며 “상황이 나아졌다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백신 개발과 방역 체계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H5N1 바이러스는 언제든 조류로부터 다시 가축에게 옮겨갈 수 있으며, 변이를 통해 인간 팬데믹으로 이어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이야기로 넘기기에는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이 바이러스의 잠재적 위협이 큽니다. 이에 대한 과학계의 관심과 대응 전략 마련이 우리에게도 필요해 보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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