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쇼크'보다 무서운 '파급 전이'…관건은 '금리'
중동발 쇼크로 '잿빛 전망' 고조
G20 물가상승률 '전이 우려'
2.7% 물가보다 '상방 압력' 더 높아
기업·민간 주체 위기 심리 '꽁꽁'
"국채금리 단기물 위주↑…위험 유의"
2026-03-27 17:12:48 2026-03-27 17:12:4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중동발 쇼크로 인한 '잿빛 전망'이 고조되는 가운데 갈수록 에너지 가격 자체보다 파급 경로의 확산성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전쟁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금리 압박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충격 확산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요구됩니다.
 
 
27일 각 기관 등의 평가를 종합하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준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G20 물가 전이 가능성
 
27일 각 기관 등의 평가를 종합하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준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간 경제전망에서도 한국 성장만 0.4%포인트 급락으로 예측한 데다, 주요 20개국(G20) 물가상승률을 4.0%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G20 물가상승률의 직전 전망치가 2.8%인 점을 감안하면 1.2%포인트 급등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통상 범위가 0.1~0.2%포인트 단위로 미세 조정되던 것과 달리 평소 조정 폭의 5~10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재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입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정부 목표치(2.0%)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G20 평균(4.0%)보다 낮습니다. 격차 자체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상승 속도입니다. 글로벌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비용 인상 압력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일정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전이는 품목과 산업에 따라 속도, 강도가 달라 정책 대응이나 기업의 비용 흡수를 통한 완화 대책의 악순환을 낳습니다.
 
글로벌 금리의 동조화와 환율 경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G20 물가가 폭등하면 미국 등 주요국은 금리를 내리기보다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4.36%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한국의 물가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면 자본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압박을 받게 되는 원리입니다.
 
자본 유출은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부르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똑같은 양의 기름을 사 오더라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국내 물가가 2.7%를 뚫고 올라가는 '상방 압력'에 노출되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 체감경기, 갈수록 더 걱정
 
기업들의 실질적인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4월 전산업 전망 기업심리지수(CBSI)를 보면, 과거(2003년 1월∼2025년 12월) 평균(100)보다 아래인 93.1로 전월 대비 4.5포인트 급락했습니다. 3월 실적 지수(94.1)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하는 등 보합세를 유지한 것에 비하면 가파릅니다.
 
제조업 부문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채산성 악화가,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린 핵심 요인으로 풀이됩니다.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종합한 경제심리지수(ESI)도 4.8포인트 하락한 94.0을 기록했는데, 위기가 민간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전이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부문 수출 호조, 조업 일수 증가 등에도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월19일 서울 시내 은행의 대출 창구에 고객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채금리'
 
금융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6%까지 상승하는 등 지난해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독일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를 상회했습니다. 영국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에 근접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동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도 미국 42bp(1bp=0.01%), 독일 38bp, 영국 73bp에 달했습니다. 주요국 국채금리가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자극 우려 속에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분석부장은 "주요국 국채금리는 중동 사태 장기화 전망으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정책금리 인하 지연 또는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단기물 위주로 급등했다"며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매파적 통화정책 스탠스 전망 강화로 단기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서 일드커브 플래트닝(장단기 금리차 축소)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호 한은 금융안정총괄팀장은 "앞으로의 금융안정 상황은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내수회복 속도, 부동산시장 상황 등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파급영향,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머니무브 등 대내외 요인이 맞물리면서 최근 높은 수준의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외환·금융시장의 움직임과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양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불안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는 등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성장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가계부채 리스크, 환율 변동성의 영향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정부는 민관 협력채널을 가동했으며 오는 31일께 중동 상황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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