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가족 잃은 슬픔 덜어주고 싶어서"…'대전 공장 화재' 눈물로 추모한 시민들
대전시민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분향소 방문해 추모
"아들 잃은 마음으로 분향소 향해"…눈시울 붉힌 시민
"인명피해 수반되는 사고 막을 수 있어야" 대책 주문도
2026-03-23 16:40:27 2026-03-23 19:09:19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끔찍한 화마에 휩쓸려 숨졌다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내 아들, 내 가족 같다는 마음에 눈물이 계속 나오네요."
 
23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대전 시민들이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3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미화(53·가명)씨는 이번 화재로 사망한 14명의 위폐 앞에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지 이틀째인 이날 이른 아침부터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묵묵히 하얀 국화로 수놓아진 제단을 바라보며 헌화를 하고, 묵념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한 추모객은 마치 자신의 가족인 듯 위폐를 쓰다듬기도 했습니다.
 
분향소를 방문한 대전 시민 신태성(45·가명)씨는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오늘 아침부터 분향소로 향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나.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헌화화면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전날 미처 오지 못해 이날 급하게 온 유가족들도 보였습니다. 한 유가족은 시청 입구에서부터 눈물을 꾹 참는 듯한 표정으로 합동분향소 앞까지 왔지만, 위폐에 적힌 가족의 이름을 본 순간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제단 앞에 주저앉아 "어떻게 하냐. 너 없이 어떻게 사냐. 아직 애기인데. 우리 애기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부르짖었습니다. 몇몇은 함께 온 가족끼리 한참 부둥켜안고 "우리 아들 어디 갔냐. 이렇게 떠나보내면 어떻게 하냐"며 통곡했습니다.
 
23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슬픔에 잠겼다. (사진=뉴스토마토)
 
유가족들의 슬픔을 바라보던 시민들과 추모객을 맞이하던 시청 직원들도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해 합동분향소가 있는 시청 로비는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희생자들을 평소 알고 지냈던 지인들의 슬픔도 컸습니다. 한 유가족과 자주 왕래한다는 김모(67)씨는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지인이 갑자기 못 온다 하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그의 아들이 안전공업 화재 당시 연락 두절된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며 "부모와 형제에게 잘못 한 번 하지 않던 아들로 기억한다. 정말 친한 사이였는데 지금 너무 슬퍼서 유가족을 보러 가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전공업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는 유기철(62·가명)씨도 "위폐를 보니 같이 일하던 이름이 있더라.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들이 이렇게 숨졌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더 많아졌습니다. 몇몇은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내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김지숙(44·가명)씨는 "대전시청 인근 회사에서 근무하는데 뉴스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 직장 동료들과 함께 희생자들에게 인사를 드리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비통해하는 유가족들을 보며 겨우겨우 눈물을 참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추모객들은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분향소를 방문했다"는 황충섭(60·가명)씨는 그는 이 같은 대형 참사가 재발되선 안 된다며 "대전에서는 2023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다쳤는데 불과 3년 만에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끊이질 않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습니다.
 
김유성(29·가명)씨도 "슬픔에 목이 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금요일부터 뉴스를 통해 보여진 끔찍한 사고 현장의 모습을 보며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다시는 이 사고 유가족처럼 슬픔에 빠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재난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의 한 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정모(40)씨 역시 "이와 같은 참사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못해 대형 인명 피해가 수반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분향소를 찾은 오세길 대전서구의회 의원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사회적 재난이 재발되는 원인은 정책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분향소에는 사고 난 공장의 운영 업체인 안전공업의 손주환 대표이사가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전날에 이어 이틀째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면서도 불법 증축 등 피해를 키운 원인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한 채 분향소를 빠져나왔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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