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신유미 기자] 6·3 지방선거가 7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방의회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법정시한(선거일 180일 전)은 3개월 넘게 지났고,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재획정 시한(2월19일)도 한 달을 넘겼습니다.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 모른 채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출마 예정자와 유권자의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구조적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개특위 '지각' 법안 상정…선거구 없는 선거 준비
1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 관련 법안을 상정한 뒤 소위원회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날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는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법안을 상정했습니다.
송기헌 정개특위 위원장은 “시일이 촉박한 만큼 심사에 속도를 냈으면 한다”며 “지방선거가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관련 선거구 획정에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정개특위는 지난 1월13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그동안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법안을 상정하지 못한 채 공전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정개특위는 진보 4당이 요구하는 △3~5인 중대선거구제 확대 △비례대표 정수 확대 △통합특별시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과 관련한 법안도 함께 상정했습니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기헌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안 상정으로 논의는 시작됐지만, 이견이 큰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확대 등 쟁점을 함께 논의해야 해 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선거 현장에선 혼란이 생깁니다. 광역·기초의원 수는 국회에서,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은 광역의회에서 결정합니다. '국회→광역→기초'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이기 때문에 국회가 멈추면 지방도 자동으로 멈춥니다.
인천은 올해 7월 영종구·제물포구·검단구 등 3개 자치구가 신설됩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초대 구청장과 구의원을 뽑아야 하는데 의원 정수조차 확정되지 않아 선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천시의원 정수는 현행 40명으로, 1인당 대표 인구가 7만6000여명에 달합니다. 47명인 부산시의원(1인당 6만9000여명)과 비교하면 과소대표 상태입니다. 인천 옹진군은 인구 8800여명으로 인구 편차 하한에 미달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경기도는 화성시가 지난 2월1일 만세구·효행구·병점구·동탄구 등 일반구 4개를 신설하면서 도의원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하남시는 인구 32만을 돌파해 22대 총선에서 갑·을로 분구됐는데, 이를 도의원 선거구에 반영해야 합니다. 동두천 제1선거구와 연천군은 인구 하한 미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은 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총 정수를 427명에서 424명으로 조정하는 안까지 마련했지만 역시 윗단계인 정개특위가 막혀 멈춘 상태입니다.
행정통합 변수도 겹쳤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법은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전·충남, 대구·경북은 성사 여부 자체가 미정입니다. 통합 지역의 광역의원 정수가 정해지지 않으면 공직선거법 별표 전체를 확정할 수 없어 수도권 선거구도 같이 묶이는 구조입니다.
“매번 반복…독립기구 설치 검토해야”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지연은 매번 발생합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선 선거 96일 전(3월9일), 2022년 6·1 지방선거에선 선거 47일 전(4월20일)에야 공직선거법이 개정됐습니다. 법정시한을 지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날 오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전국민중행동·전국시국회의와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정의당·녹색당 등은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심각한 직무유기를 규탄한다”며 정치개혁 추진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정개특위를 역대 가장 늦게 구성했으면서도 개점휴업 상태로 50여일을 허송세월했다"며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미룬 후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정치 개혁은 이달 안에 모두 처리해야 한다"며 "국회는, 특히 집권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풀뿌리 민주 정치의 길을 여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26일 발행한 ‘시도의회 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왜 필요한가’ 보고서에서 이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지적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합니다. 하지만 광역의원 선거구는 이런 독립기구 없이 국회의원들이 정개특위에서 직접 정합니다. 자당의 유불리가 걸린 선거구를 스스로 정하는 구조이니 서두를 유인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유권자들의 선거 정보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광역의원 선거구를 전담하는 독립·상설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시민사회-제정당 정치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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