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사진=한미약품그룹)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한미약품그룹 핵심 자회사
한미약품(128940)의 전문경영인 체제 중심축인 박재현 대표가 사임을 결정했습니다.
박 대표는 12일 늦은 오후 입장문을 배포해 "이번 임기를 끝으로,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님께서 최근 발표하신 입장문을 차분한 마음으로 여러번 읽어 보았다"고 운을 뗀 박 대표는 "한미 정체성인 '임성기정신'과 차세대 한미 경영 체제의 원칙을 누차 강조하신 그 말씀의 무게감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송 회장님 말씀의 뜻은 한미약품이 '임성기정신'을 기반으로 흔들림 없이 전문경영인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공언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저는 그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한 원칙 아래에서 저는 대표로서의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대표는 특히 "전문경영인이 반드시 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임성기정신'이라는 원칙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미의 방향성은 올곧게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희 작은 저항과 외침이 '임성기정신' 보존의 중요성에 경종을 울리는, 작은 밀알이 됐길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대주주님들과 이사회 이사님들께 요청드린다"는 말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공개했습니다.
박 대표는 "경영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이 다를 수는 있다"며 "그러나 한미의 근간인 '임성기정신'과 '품질경영'의 가치는 합심해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또 "저의 뜻에 동조하거나 침묵 시위 등을 통해 저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임직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없도록 해 달라"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임성기정신'은 대한민국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한미약품을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핵심 가치"라며 "이 정신이야말로 한미가 토종 한국 기업으로서 R&D 중심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자 제약 보국의 토대라고 확신한다"고 맺었습니다.
당초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박 대표는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 대주주인 신 회장과 여러 차례 반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미약품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이 보도된 직후 신 회장이 해당 임원을 비호하면서 조사 사실을 누설했다는 박 대표 주장으로 입장 차이를 보인 두 사람은 대표 제품 '로수젯' 원료 수급처 변경으로도 부딪혔습니다. 신 회장이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로수젯 원료 변경을 지시하자 박 대표는 신 회장의 경영 개입이라며 맞불을 놓은 겁니다.
중재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송 회장은 신 회장과 박 대표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갈 무렵인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고객과 주주들께 약속한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 회장은 또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사실상 박 대표 손을 들어준 겁니다.
박 대표의 사임을 결정지은 트리거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황상연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이날 한미약품이 공시한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를 보면 한미약품은 오는 31일 주총에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칩니다. 이 중 황상연·김나영 사내이사 2인은 신규 선임 대상자이며, 박 대표 재선임 안건은 주총 의안에서 배제됐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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