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중동 위기 속 금융시장 ‘풍향계' 된 가상자산
24시간 거래…즉각 시장 반영
주말 공습 등 충격 흡수 역할
전통시장 연동에 엇갈린 시각
2026-03-12 16:32:32 2026-03-12 17:17:21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이 금융시장의 가늠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28일 이란을 공격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이후 약 8개월 만입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8개월 전 공습 때는 디지털자산이 별다른 시장의 시선을 끌지 못했지만, 이번 공습에서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전 중동 위기와 달리 이번에 디지털자산이 주목받은 이유로 ‘공격 시간’을 꼽고 있습니다. 앞서 6월 공습은 일요일 오전 9시30분께 이뤄졌고, 이번 공격은 토요일 오후 3시15분경(한국시간 기준)에 시작됐습니다. 통상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이나 글로벌 원자재시장 등은 주말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현물시장보다 더 많은 거래 시간을 허용하는 선물시장도 미국 기준으로 금요일 저녁에 폐장했다가 일요일 저녁에 개장합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디지털애셋>에 “6월 공습 시각은 일요일 오전 9시30분이었지만 관련 소식은 낮 이후에 퍼졌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부터 개장하는 전통 선물시장이 중동 위기 변수를 가격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었다”며 “반대로 이번 공습은 토요일에 이뤄져 전통 금융시장이 변수를 가격에 반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동 위기와 가상자산을 형상화했다. (이미지=디지털애셋)
 
공습 시기, 토큰화 원유 거래
 
이 때문에 유일하게 주말에도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28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자 비트코인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일 오전 6시37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트루스소셜에 밝히면서 비트코인은 12시간 만에 약 5% 급등했습니다. 통상 미국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트코인이 주말 동안 다른 금융시장 대신 충격을 흡수한 것입니다.
 
또 이번 공습 시기에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원유가 실시간으로 거래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탈중앙화거래소(DEX)를 시작으로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이 지난 2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브렌트유 등 주요 원유를 토큰화한 '무기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무기한 선물이란 전통 금융의 선물시장과 달리 만기가 없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독특한 파생상품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1일 기준 일부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WTI 토큰화 무기한 선물 상품의 가격이 전통 금융시장의 WTI 선물 상품보다 먼저 100달러(약 14만7300원)를 돌파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통 금융시장에선 장이 열리지 않아 거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토큰화 원유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은 거래량에서도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토큰화 원유 무기한 선물 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한 DEX 하이퍼리퀴드에서는 11일 오후 1시 기준으로 24시간 동안 토큰화 WTI 거래량이 11억6000만달러(약 1조7002억원)를 나타냈습니다. 같은 시간 하이퍼리퀴드에서 토큰화 WTI보다 거래량이 컸던 자산은 비트코인뿐이었습니다. 개리 드왈 전 캐튼머친로젠먼 변호사는 12일 <디지털애셋>에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전통자산을 토큰화한 상품의 거래량이 크게 나타났다는 건 디지털자산과 전통자산 간의 접점이 수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경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DEX를 규제 대상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미국 거주자들이 DEX에서 전통자산을 토큰화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데 제한이 있으나, 향후 규제 명확성이 생기면 원유와 같은 전통자산 토큰화 시장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중앙화 철학 지킬 수 있나
 
다만 일각에서는 디지털자산과 전통자산 간 접점이 커지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대표하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존 디지털자산은 금처럼 거시경제에 위기가 나타났을 때 가격이 오르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는데, 전통 금융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도맡게 된 뒤로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성격이 굳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금 지위는 디지털자산의 전통 금융시장 진입이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 2022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금은 하루 새 1% 상승했지만 비트코인은 8% 급락했습니다. 2024년 4월13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교전했을 때도 금은 하루 새 0.5% 올랐지만 비트코인은 9% 떨어졌습니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때도 금은 하루 새 1.2% 상승, 비트코인은 4% 하락했습니다.
 
 
디지털자산이 전통자산과 접점이 많아질수록 디지털자산 고유의 탈중앙화 철학 역시 무너질 거라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전통 금융시장의 불투명한 중앙화 조직 체계에 반발해 만들어진 디지털자산이 비트코인인데, 전통자산과 접점이 커질수록 디지털자산 시장은 전통 금융시장과 다를 게 없어질 거라는 얘기입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립자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3월6일 “이더리움의 핵심 속성인 검열저항성, 오픈소스, 프라이버시, 탈중앙화 등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며 “핵심은 지키되 나머지 요소에서는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라고 X(전 트위터)에 설명했습니다.
 
“과도기 거쳐 장점 부각될 것”
 
한편에선 디지털자산이 장기적으로는 기존 장점을 지키면서 전통 금융시장의 장점까지 갖춘 형태로 거듭날 것이라는 강력한 기대 역시 존재합니다. 송창석 블롭 웹3 디렉터는 “디지털자산은 기존 전통자산과 달리 여러 성격을 동시에 갖춘 자산”이라며 “지금 디지털자산이 전통 위험자산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서 디지털 금이라는 지위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디지털애셋>에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주목받은 건 비트코인 총 공급량 2100만개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위변조 불가능하게 설정돼 있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기존 특성이 다시 시장 주목을 받는 순간 디지털자산은 언제든 디지털 금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모종우 언디파인드랩스 공동창업자는 “최근 나스닥이 토큰화 주식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그 핵심 중 하나는 발행된 토큰화 주식이 오프체인과 온체인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하는 것”이라며 “이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 디지털자산 거래소 크라켄 등이 협업하는데 이 점만 봐도 앞으로 디지털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이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디지털자산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진입하는 과도기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기존 장점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존 장점과 전통시장 장점을 모두 갖춘 자산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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