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X하우시스 피해 협력업체, '민사소송'…업계 "공정위 솜방망이 우려“
공정위 조사 장기화·합의 거부에 결국 민사 카드
소멸시효 임박…기한 막판인 2월 소장 접수
주장 손해액 270억·징벌적 배상까지 청구
2026-03-05 16:53:56 2026-03-05 17:03:32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LX하우시스(108670)를 상대로 하도급법 위반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협력 업체 대진글라스가 결국 LX하우시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멸시효가 임박했기 때문인데요. 고비를 넘고 있는 대진글라스는 합의 의사가 없는 LX하우시스의 태도에 결국 민사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대진글라스 공장에 설치된 LX하우시스 광고판. (사진=대진글라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진글라스는 지난달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X하우시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대진글라스가 주장하는 손해액은 약 270억원에 달합니다. 
 
소멸시효 임박이 민사 결정의 방아쇠
 
대진글라스가 공정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민사소송을 선택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소멸시효입니다.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대진글라스는 지난해 2월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해 시효 진행을 일단 중단시켰습니다. 그러나 LX하우시스가 조정을 거부하면서 같은 해 8월 조정 절차가 종료됐습니다. 조정 취하 시점으로부터 6개월 내에 소를 제기해야 최초 분쟁조정 신청일로 시효 중단 효력이 소급됩니다. 대진글라스는 그 기한 마지막 달인 올해 2월 소장을 냈습니다.
 
김백두 대진글라스 대표는"시효가 임박해 민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조정이나 원만한 합의를 기대했는데 결국 어려운 시기가 지나버렸다. 이제는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으로 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작년에 1차 제안, 2차 제안도 하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LX하우시스는 여전히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더 이상 물러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LX하우시스와 LX글라스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발라내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장조사에서 확보한 자료에는 금융 정보와 개인정보 등이 혼재해 있어 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추려내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쿠팡 관련 사건에 공정위 인력이 몰리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조사 결과가 단기간에 나오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통상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면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정위 조사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피해 기업이 입은 손해를 직접 보전해 주는 수단이 아닙니다. 공정위 1심 결정이 나오더라도 LX하우시스가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경우 최종 결론까지는 추가로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대진글라스가 공정위 절차와 별개로 민사소송을 통해 직접적인 피해 보전에 나선 배경입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공정위 선고는 기약이 없다. 빨라야 1년"이라며 "피해 기업이 민사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서면 계약서 미발급·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무상 광고 등
 
대진글라스는 소장에서 주장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 중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을 가장 핵심으로 꼽습니다. 대진글라스는 LX하우시스가 201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하도급법상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채 이메일 한 통으로만 업무를 지시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가는 일방적으로 통보됐으며 2018년에 정해진 단가가 2025년까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하는 시기에도 조정 협의를 거부했다는 것이 대진글라스 측 주장입니다. 이로 인한 손해액을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합계 98억4100만원으로 산정했습니다.
 
물품 구매 강제도 쟁점입니다. LX하우시스가 원판유리와 TPS를 반드시 자사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다른 거래처를 통해 더 낮은 가격에 조달할 수 있었지만 LX하우시스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거절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적 이익 부당 요구 혐의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경부고속도로 인접 충남 천안 공장 옥상에 설치된 가로 10m·세로 20m 규모의 대형 광고판을 2009년 1월부터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광고비는 물론 야간 조명 전기료도 전혀 지급하지 않았으며 2017년에는 광고판 하단에 표기돼 있던 대진글라스 상호마저 삭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LX하우시스가 이른바 가상 재고 설정 방식으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다가 2023년 내부 회계 처리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대여금으로 전환하기 위해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담겼습니다. LX하우시스가 2009년과 2010년 대진글라스 사업장에 강화·접합·복층유리 설비 3개 라인을 직접 설치해 놓고도 전기료·수선비·인건비·부지사용료 등 모든 운영비를 원고에게 부담시켰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보복 조치 혐의도 제기됐습니다. 대진글라스가 2022년 11월 하도급 대금 조정을 신청하고 2025년 2월 분쟁조정을 제기한 이후 LX하우시스가 프로젝트 배정을 급격히 줄였다는 것입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10개에서 24개에 달하던 프로젝트 배정이 지난해에는 단 1개로 줄었습니다.
 
LX하우시스는 합의 움직임 없어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LX하우시스의 서면 계약서 미발급과 납품 단가 미조정·편법 선급금 지급 등이 공개적으로 지적됐습니다. 그러나 국감 이후에도 LX하우시스는 피해 업체와의 대화나 합의를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LX하우시스의 또 다른 협력 업체였던 현글라스는 단가 인상 요구가 거절되는 상황에서 누적 손해를 버티지 못하고 올해 2월 결국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대진글라스와 현글라스를 합쳐 두 업체가 주장하는 피해액은 400억원이 넘습니다.
 
또한 대진글라스 측은 이번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하도급법 제35조에 따라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과 보복 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실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고 측은 21년에 걸친 반복적·계속적 위반 행위임을 근거로 징벌적 배상 적용을 주장했습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협력업체가 소멸시효 때문에 공정위 판단을 기다리지 못하고 소송에 나서는 상황 자체가 우리 하도급 거래 구조의 문제를 보여준다"며 "공정위가 조사에 속도를 내 공정한 거래 질서를 바로 세우고 피해 협력업체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LX하우시스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민사소송에 대한 대응 방침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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