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형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사기 관련 범죄의 법정형을 대폭 상향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을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인 겁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형법 제347조 사기죄(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포함해 △제347조의 2 컴퓨터등사용사기죄(제347조의2) △제348조 준사기죄(미성년자의 사리분별력 부족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등 3개 조문의 처벌 수위를 높인 부분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염태영 민주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등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투자사기 등 조직적 사기 범죄가 빈번히 발생해 다수의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전체 피해 규모에 비해 낮은 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사기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에 따라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됩니다.
그러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에는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는 사례가 드물었습니다. 대법원이 사기죄를 판단할 때, 여러 피해자를 각각 속여 재물을 편취했다면 피해자별로 1개의 죄가 성립해 실체적 경합범(한 사람이 여러 행위로 여러 죄를 범함)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형법에 따르면, 실체적 경합범은 여러 범죄 중 가장 중한 죄의 형량에 2분의 1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법정형이 정해집니다. 만약 10명의 피해자가 각각 기망을 당해 1억원씩 총피해액이 10억에 이르더라도 피해액이 1억인 10건의 사기죄가 성립하므로 개정 전 형법에 따르면 법정형은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됐던 겁니다. 실제로 부산에서 84억대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의 주범에게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과 같이 전기통신을 이용한 사기에 가담할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처벌받게 됩니다. 이 법에서 정의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는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하여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 △개인정보를 알아내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 △자금을 교부받거나 교부하도록 하는 행위 △자금을 출금하거나 출금하도록 하는 행위 등입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를 행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하게 됩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사기를 여러 건 저질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죄로 가중 처벌된다면 최대 45년 이하의 징역까지도 선고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의 법정 최고형이 30년 이하의 징역 또는 7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수와 피해 액수를 종합적으로 고려, 죄질에 부합하는 처벌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다만 형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 법률에 의하도록 정하기 때문에 개정법은 시행 이후 범죄에 적용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형법 개정은 정부 차원의 예방대책 시행,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와 더불어 사기 범죄 예방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기 범죄의 낮은 형량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러 얻은 큰 이득을 은닉하면 짧은 수형생활 후 복귀해 호화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기죄는 결국 재산상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서민들은 전재산에 가까운 피해를 당하기도 해 피해의 회복이 중요합니다. 전세사기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피해자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11월 기준으로 전세사기피해자로 최종 결정된 건수가 3만5000여건을 넘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도 4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법은 전세사기피해자가 LH와 사전에 협의해 전세사기피해주택의 매입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이외에도 전세사기피해자법은 피해자가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절차의 유예나 정지를 신청하거나, 최고매수신고가격으로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사기나 보이스피싱과 같이 온라인으로 돈을 빼돌려 여러 조직원을 통해 세탁까지 하는 사기 범죄는 빠르게 피해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피해금을 되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따라서 예방을 통해 피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확인하고, 피해를 당하면 최대한 빠르게 신고를 통해 피해금의 유출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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