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강예슬·유근윤·정주현 기자]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가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윤씨가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가 이 사건 핵심이며, '계엄은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라고 규정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벌인 내란행위에 대한 첫 사법적 단죄는 엄정했습니다.
윤석열(왼쪽 위)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에서 변호인과 대화하며 잠시 미소짓고 있다. 법원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오후 내란수괴·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내란특검은 윤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윤씨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경위에 대해 “피고인은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가 대통령과 정부의 활동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점차 이런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윤씨가 비상계엄을 결심한 시기에 대해선 2023년 10월이라는 공소사실 대신 2024년 11월이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특검이 그 증거로 제시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등에 대해 “작성 시기를 알 수 없고, 실제 사실과 불일치하다”면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재판부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의 군 투입, 방첩사령부 체포조 활동 등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 사실관계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윤씨의 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이라는 걸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이어 “군이 무장해서 국회로 출동하는 자체, 헬기 등을 타거나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하는 자체, 또 그 안에 있는 관리자 등과 몸싸움을 하는 자체, 심지어 체포를 위해서 장구를 갖추고 다수가 차량을 이용해서 국회로 출동하는 행위 자체 등 대부분의 행위가 모두 폭동으로 포섭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계엄 선포 후 실체적 행위로서 폭동도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계몽령’이라거나 ‘평화적 계엄’이었다는 윤씨 측 주장은 기각됐습니다. 재판부는 “어떤 일을 행한 동기·이유·명분과 그 목적을 혼동해하는 주장”이라며 “위기상황을 바로잡고 싶은 동기 때문에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목적을 위해 그 수단으로 비상계엄 선포 등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서양 속담까지 인용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벌인 내란행위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인 만큼, 재판부는 그 기준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다.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다만 그 내용을 살펴서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을 행사했다면, 결국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라는 명목으로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결과와 상관없이 내란 행위 그 자체로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양분돼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윤씨가 사과하지 않는 점 등을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공소기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하며 “이러한(수사권) 논란이 결국 큰 의미가 없다. 공수처 수사권이 없어도 경찰과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유죄 판단 증거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1일 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윤씨의 공수처 체포방해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공수처의 수사권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 선고를 통해 윤씨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은 다시 한번 그 적법성이 확인된 셈입니다.
법조계에선 지 부장판사가 특검이 구형한 대로 사형을 선고하진 않았지만, 이날 선고 형량이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두환 때는 사람이 많이 죽지 않았느냐. 윤석열 사건과는 차이를 둬야 하기 때문에 형량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법원이 현직 대통령의 내란행위를 처음 판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고 직후 윤씨 측은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었다”며 반발했습니다. 특검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변호인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법정을 떠났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정주현 수습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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