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인 기술특례 심사 들여다보니…"경쟁사가 평가 참여로 부정적"
기업들 "경쟁사 앞 기술 공개 부담"…평가 기준·설명 책임 논란
거래소 "산업 좁아 후보군 제한적"…투자자 보호 위해 보수적 운영
2026-02-18 12:00:00 2026-02-18 16:01:02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기술특례 상장 심사에서 동일 시장의 경쟁 기업 인사가 기술평가에 참여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심사 문턱은 높아졌지만 기업이 경쟁사 앞에서 핵심 기술과 사업 전략을 설명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평가위원 구성의 공정성과 책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18일 <뉴스토마토>의 업계 취재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 심사 과정에서 경쟁사가 기술평가에 참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사를 강화했다는 한국거래소의 입장과 달리 평가위원 구성 방식에 대한 현장 불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기업 A사 대표는 "실제 기술평가 과정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인물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상황에서 우리 기술과 사업 전략을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 비밀을 심사 통과와 경쟁 리스크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오 기업 B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평가위원의 판단 기준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어떤 부분이 감점 요인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기술 완성도보다 리스크 관리 관점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의료 AI 기업 C사 관계자도 "기술평가는 외부 기관이 수행하지만 상장 승인 여부는 거래소가 결정한다"며 "평가 세부 기준과 판단 근거를 질의하면 '외부 전문가 판단'이라는 설명이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평가 체계를 설계한 곳은 거래소인데, 결과에 대한 설명 책임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거래소는 외부 전문가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다 보면 경쟁자가 남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업이 좁을수록 평가위원 후보군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상장 이후 부실이 발생하면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간다"며 "기술특례 기업에 대한 심사를 보다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특례 상장은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 요건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을 근거로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기업은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두 곳에서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받아야 하며 두 기관 중 한 곳 이상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아야 예비심사 단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기술평가가 상장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심사 강도는 강화됐습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66개 기업 가운데 21개(31.8%)가 자진 철회하거나 미승인 결정을 받았습니다. 예심 미통과율은 2021년 23.9%, 2022년 23.0%, 2023년 20.0%에서 2024년 31.0%로 상승했습니다.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2023년 기술특례 상장사였던 파두 사태 이후 나타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파두는 상장 과정에서 제시한 매출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 괴리를 드러냈고, 이를 계기로 거래소가 특례 기업에 대한 사업 지속성과 매출 실현 가능성 검증을 한층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심사 강도와 평가 구조의 공정성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합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직접 경쟁 사업자나 최근 자문·투자·협업 이력이 있는 인물은 명확히 배제하고, 평가위원의 이해관계를 사전에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평가위원 선정 과정과 이해 상충 여부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전문가 풀이 좁은 산업의 경우 경쟁 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 해외 연구자나 공공 연구기관 중심으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거래소가 평가 구조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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