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감축, 新경제영토)(3)국제감축사업, 국가 전략으로 격상할 때
감축은 왜 늘 '보조 수단'에 머물렀나
담론은 앞서가지만 정책과 금융은 따라오지 못했다
국제감축을 국가 전략으로 바꿀 선택의 시간
2026-02-12 06:00:00 2026-02-12 06:00:00
'담론과 정책 불일치 개선 국민주권 옴부즈만 운동(바로가기)'은 제5호까지 이어지며 청와대·국회·정부·관계기관 간 협업 체계를 일정 부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고, 정책 논의가 실행 궤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CO₂ 국제감축사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후산업과 기술 기반 중벤스 육성, 국가 역할 정립 영역에서는 협업이 여전히 미흡한 상태입니다. 제2회 국무회의에서도 경제부총리가 올해 6월까지의 추진 계획을 언급했지만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고, 실질적 토의 없이 총리의 '접수' 선언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ODA 사업과 함께 성장해온 경북 포항 기반 기술기업 '베리워즈' 대표의 특별기고를 통해 CO₂ 국제감축사업과 기후산업 전략의 실질적 방향을 다시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감축은 왜 늘 '보조 수단'으로만 논의되어 왔는가
 
국제감축사업을 둘러싼 논의는 오랫동안 하나의 질문에 머물러 있었다.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감축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국제감축사업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이해해 온 정책적 전제를 반영한다. 국내 산업과 발전 부문의 감축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가 정책 과정에 꾸준히 반영되며 국제감축은 후순위 선택지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국제 환경은 이미 크게 변했다. 신흥개도국들도 국가감축목표를 부여받으면서, 국제감축을 단순한 감축 실적 이전 거래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다. 이제 국제감축은 감축량이 아니라 자국의 산업·에너지·금융 구조에 무엇을 남기는가를 기준으로 선택되는 협력 수단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이 정부 차원의 전략과 금융을 동원해 국제감축사업에 접근하면서, 국제감축은 경쟁이 본격화된 정책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남기느냐'다.
 
담론은 앞서가지만, 정책은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
 
2025년 2월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베리워즈, 캄보디아 환경부, GGGI 캄보디아 간 친환경 전기이륜차 보급 활성 및 대한민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기여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 (사진=베리워즈)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제감축사업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제조·운영·금융·서비스가 결합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생태계형 국제감축사업'이라 부른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이 방식은 가능하지만, 지나치게 느리고 무겁다. 공적개발원조(ODA) 기획부터 국제감축사업 승인까지 수년이 걸린다. 기업은 그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과 인내를 투입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개별 기업의 역량이 아니다. ODA, 국제감축, 정책금융, 민간투자가 각자의 논리와 평가 체계 속에서 따로 움직이는 구조적 불일치에 있다. 
 
담론은 이미 국제감축을 산업·외교·경제 전략의 수단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과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이를 감축 보조 수단의 틀 안에서만 다룬다. 이 간극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제감축사업은 언제나 선도 기업의 예외적 도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국제감축을 국가 전략으로 재정의할 때 달라지는 것
 
국제감축사업을 국가 전략으로 재정의한다는 것은, 감축을 더 많이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감축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국내 중벤스가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국가가 설계하겠다는 선택이다. 정부가 방향을 잡는 순간, 기업은 개척자가 아니라 확장자가 된다. 이때 다음과 같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 ODA는 지원이 아니라 런웨이가 된다. ODA는 단일 사업을 완료하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 국제감축과 민간 투자로 이어지는 런웨이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핵심은 ODA 기획 단계부터 국제감축과 민간투자로의 연결을 전제로 설계하는 것이다. 예컨대 보건 ODA에 에너지 설비를 결합해 운영비를 낮추고 감축 성과와 운영 수익을 재원으로 연결하면, 원조 시설은 자생 가능한 생태계로 전환될 수 있다.
 
둘째, 정책금융과 기후기금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태계를 본다. 생태계형 국제감축사업의 초기 단계는 수익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제조, 인프라, 플랫폼, 금융, 서비스는 분절된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로 동시에 작동한다. 그러나 현행 금융 평가는 이 구조를 포착하지 못하고, 과거 재무제표와 담보 중심의 잣대를 적용한다.
 
이 지점에서 정책금융과 공적 기후 재원이 초기 위험이 큰 생태계를 앵커 역할로 형성하면, 위험은 분담되고 성장 구간은 민간투자와 공유될 수 있다.
 
셋째, 외교 협력이 제도를 정렬한다. 개도국 정부가 국제감축사업에 협력하려면 자국 산업과 제도 발전에 기여한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정부 간 협력 없이는 사업 확장이 어렵다. 정부가 협력 구조를 설계하면 행정 지연이 줄고 더 큰 규모의 사업이 가능해진다. 그 위에 에너지·교통·금융·서비스가 결합되며 생태계가 확장된다.
 
정부의 역할은 정부 간 협력을 통해 국제감축이 신속하게 실행되고, 결합되고,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넷째, 성과지표가 전략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국제감축과 ODA, 기후 재원 사업의 성과는 주로 사업 건수, 집행액, 온실가스 감축량 같은 정량 지표로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는 국제감축사업을 경제영토 확장 전략으로 바라볼 때는 한계가 분명하다. 성과지표는 감축량 중심에서 '구조 축적'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번 사업에 얼마나 많은 국내 기업, 특히 중벤스가 참여했는가. 이 사업을 통해 몇 개의 도시와 국가가 연결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해외 매출과 고용, 재투자는 어떤 규모로 발생했는가. 현지에는 어떤 산업·서비스·데이터·금융 생태계가 새롭게 형성되었는가. 이 구조는 다른 국가나 도시로 얼마나 쉽게 복제·확장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지표들이 정책과 금융의 우선순위를 바꾼다.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e-모빌리티 생태계. (사진=베리워즈)
 
최종 결론: 선택의 시간
 
국제감축은 감축량을 늘리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선택 문제다. 국제감축을 환경 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둘 경우, 사업은 매년 예산과 협상에 따라 추진되는 개별 프로젝트에 머물고 감축 실적만 남는다. 산업·금융·데이터·운영 경험은 축적되지 않으며 기업의 해외 진출도 단발성 사례에 그치게 된다.
 
반대로 국제감축을 경제영토 확장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으면, ODA에서 시작해 금융과 산업, 기업의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연속된 구조가 형성된다. 감축은 출발점이 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제도·인프라·운영 경험·네트워크는 다음 사업으로 확장되며, 국제감축은 반복 가능한 생태계 구축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국제감축을 국가 전략으로 삼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들은 제도화되기 어렵다. 또한 이 선택은 새로운 자원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ODA, 기후기금, 정책금융, 기술을 가진 기업, 해외에서 검증된 사례가 존재한다. 부족한 것은 수단이 아니라 방향과 우선순위다.
 
캄보디아 사례는 특별한 성공담이 아니다. 전략이 갖춰졌을 때 반복 가능한 구조가 어떤 모습인지를 작은 규모로 보여준 사례다. 국제감축사업이 국가 전략으로 설계되면, 이러한 구조는 특정 기업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여러 국가와 산업으로 확산된다.
 
감축은 숫자로 기록되지만 전략은 구조로 남는다. 그리고 그 구조 위에서만 대한민국의 경제영토와 중벤스의 해외 확장이 지속될 수 있다.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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