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시내버스 정책을 둘러싼 주요 후보들의 공약 대결이 뜨겁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민영·공영 이원화 모델'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준공영제 전면 개편을 통한 공영제 강화'를 각각 내세우며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정책 대결은 지난 1월13~14일 서울 시내버스 파업 사태 이후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역대 최장 기간 파업으로 시민 불편이 컸던 만큼, 준공영제 개편 방향은 6월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까지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공동주최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파업으로 버스 멈추면 불편은 약자에게"
오세훈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통한 '노사 협상력의 균형'을 핵심 카드로 꺼내 들었습니다.
오 시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도 "지하철처럼 버스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 때 필수유지인력이 가동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노동권과 시민권의 공존을 위한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철도, 도시철도, 항공, 병원, 수도 등은 파업 등으로 업무가 정지될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어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됩니다. 이들 사업은 파업 중에도 일정 수준의 운행률을 유지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 의무가 부여되지만, 시내버스는 현재 여기서 제외됐습니다.
오 시장은 "도시철도는 파업 중에도 최소한의 서비스가 유지되는 반면, 시내버스는 운행이 멈추는 순간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다"며 "그 불편은 고스란히 어르신과 교통 약자들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제도적 형평성을 맞춤으로써 노사 간 협상력의 균형을 찾겠다는 구상입니다.
반면 공영제나 이원화 모델에 대해선 "지혜로운 것인지 판단이 요하는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비용 문제를 겨냥하며 "공영제로 전환할 경우 2023년 기준 2조1000억원이 넘는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한 뒤 "매년 1000억원 정도의 운영비가 더 발생해 결국 버스 요금을 100원 정도 더 올려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구청장의 이원화 모델에 대해선 "수익 노선은 회사가 가져가고 적자 노선은 시민 세금으로 메꾸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며 "자치구에서 버스 몇 대 운영해 본 경험으로 서울시 전체에 적용하자는 것은 다소 즉흥적인 제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2월2일 서울 성동구 디노체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본인의 출판기념회 '매우만족, 정원오입니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원오 "민영·공영 구분하는 이원화 모델 필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현행 준공영제의 근본적 개편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정 구청장은 "준공영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 효율을 가로막는 표준운송원가 산정 방식"이라며 "이윤까지 보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내버스 노선 조정에 대한 행정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익이 나는 버스 노선은 민간 업체가 경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운영하되 표준운송원가 체계를 개편하자고 주장합니다. 이윤보전 조항을 삭제하면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는 철도망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체계 재편을 제시했습니다. 철도망을 대중교통의 기본축으로 삼고, 버스는 철도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보조수단으로 재편하자는 겁니다. 특히 철도망이 미치지 않는 골목 안 쪽은 마을버스를 투입하고, 마을버스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성동구에서 도입했던 공공버스를 도입하자고 했습니다.
정 구청장은 이에 대해 "서울과 경기도를 연계하는 광역철도망을 기본으로 하고, 노선이 없는 곳에 시내버스와 광역버스를 보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며 "마을버스마저 투입할 수 없는 수익성이 없는 곳에 공공버스를 투입하자"고 말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민 "사모펀드 독점 깰 준공영제 전면 개편"
박주민 의원은 1월 시내버스 파업 당시부터 오 시장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며 준공영제 전면 개편을 주장해 왔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14일 기자회견에서도 "서울 시내버스는 이미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노사갈등이 아니라 서울시의 재정과 연결돼 시장이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 시장은 매일 타는 '시민의 발' 시내버스는 나 몰라라 하면서 왜 2200억원 한강버스에는 그토록 목을 매느냐"며 "시민의 이동권보다 자신의 치적 사업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발생한 혼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 의원이 주장하는 준공영제 전면 개편의 핵심은 사모펀드의 이익 독점 구조를 깨는 겁니다. 준공영제 아래에서 세금이 민간 업체의 손실을 메워주는 점을 악용해, 사모펀드들이 버스 회사를 인수하고 배당금을 챙기는 '혈세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박 의원은 이를 차단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준공영제 개편의 핵심으로 기사 처우 개선도 강조하며 "공영제를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고, 거기에 종사하는 버스 기사들의 처우를 확실히 개선할 때 서울시 버스 공영제는 현실적으로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버스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면, 이를 통해 아낀 예산으로는 도시철도 9호선 급행열차를 증량해 출퇴근 시간 혼잡도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준공영제 20년…재정적자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4년 도입된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최근 5년 평균 6033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도입 초기 2000억원대였던 적자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회사가 서비스를 공급하되 버스 운송 수입금은 업체와 지자체가 공동 관리하고, 적자 발생 시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수익은 민간회사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공(세금)이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준공영제라고 해서 돈 대주고, 손해 다 메워주고 그러니까 사모펀드들이 버스 회사를 사 모은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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